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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공립 부산남고 기피 학교서 3년 만에 공교육 모범으로

자율형공립 부산남고 기피 학교서 3년 만에 공교육 모범으로

입력 2009-10-13 12:00
업데이트 2009-10-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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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만 해도 학생·학부모 모두 기피하는 학교였다. 교사들도 부임하기 꺼려했다. 열악한 주변환경에 학력은 지역 일대에서 바닥을 기었다. 부산 영도의 부산남고등학교는 희망도, 변화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공립고였다. 이 학교 박경옥 교장은 “우리 학교에 배정될까봐 영도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는 학생들도 제법 있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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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공립고의 모델격인 부산남고에서 학생이 논문을 발표하는 모습.  부산남고 제공
자율형 공립고의 모델격인 부산남고에서 학생이 논문을 발표하는 모습.
부산남고 제공


이랬던 학교가 지금은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학교로 탈바꿈했다. 경쟁률도 3:1 정도를 넘어섰다. 3년 전 개방형자율고 시범학교로 지정받으면서부터다.

“개방형 자율학교가 뭔가요?” 학생도, 학부모도 개방형자율고의 개념조차 잘 모른 채 학교에 들어왔다. 첫학기부터 학생들은 당황했다. 익숙했던 주입식 수업이 아니라 다양한 토론수업과 체험학습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철새 사진을 찍으러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영도일대를 돌며 풍경을 보고, 이 지역에 얽힌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게 역사 수업이라고도 했다.

문제를 던져 놓더니 답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너희들끼리 토론해서 고민한 과정을 적어서 제출하라.”고만 했다. 과제연구를 하라며 관심주제를 정해 한학기 끝날 때까지 소논문을 발표하라고도 했다. 어렵지만 또 흥미있는 일들이었다.

학생들은 충격이었다. 처음에는 지겨운 공부 안 한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이후에는 ‘내가 원하는 걸 공부하는 게 진짜 공부’라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더 지나면서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자신의 공부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박 교장은 “눈앞의 학과 성적보다는 적성과 관심에 따라 자율적인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처음엔 볼멘소리를 했다. “공부 안 시키고 엉뚱한 것만 가르치지 않느냐.”는 불만이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중도 탈락률이 거의 없다. 결국 학교 전체 평균은 올라가게 된다. 박 교장은 “지금은 학부모들도 학교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따라온다.”고 했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면서 이 학교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교수는 “부산남고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서울대가 실시하는 입학사정관제의 요구치를 가장 정확하게 충족시켜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교육 없이도 충분히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을 만한 공교육 모범 모델”이라고 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09-10-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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