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법 시행 7개월 점검
석면에 의한 폐질환, 아토피, 천식 등 환경성 질환 예방과 어린이 활동공간 개선을 위해 제정된 환경보건법이 시행된 지 7개월이 됐다. 하지만 법 시행 전에 만들어진 어린이 놀이터와 보육시설, 초등학교 교실의 공기질 관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재정적 지원이나 홍보도 미약하고, 부처간 업무가 이원화돼 있는 점도 정책시행에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환경보건법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부처의 이해관계를 떠나 하나로 통합된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동심 위협
경기도 과천주공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에 설치된 놀이기구가 페인트 칠이 벗겨진 채 흉측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경기도 과천주공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에 설치된 놀이기구가 페인트 칠이 벗겨진 채 흉측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동심 유혹
올해 9월 초 문을 연 정부과천청사 ‘청초롱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모래장난 등을 하며 놀고 있다.
올해 9월 초 문을 연 정부과천청사 ‘청초롱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모래장난 등을 하며 놀고 있다.
●6만여개 놀이터 법적용 제외
환경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환경보건법 시행 이전에 만들어진 어린이 놀이터는 전국적으로 6만 2000여개에 이른다. 이들 놀이공간은 환경보건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채 방치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올해 1월부터 환경자원공사에 의뢰, 법 시행 전에 만들어진 놀이터에 대해 무료 환경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면서 “신청한 340곳 가운데 8월 말까지 285곳에 대해 진단을 했고, 이 가운데 100곳에 대해서는 진단결과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진단을 맡았던 환경자원공사 김은실 연구원은 “현장에서 휴대용 간이장비로 진단한 결과, 10곳 중 9곳은 중금속 허용 기준치를 넘었다.”면서 “진단과정에서 페인트 칠을 벗겨내 분석하는 정밀진단은 거부당하기 일쑤여서 현행 법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환경보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놀이시설은 올해부터 행정안전부로 이관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의해 관리토록 돼 있다. 위해 환경요소에 대해서는 4년 내 기준에 맞도록 시설 개·보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거의 방치되고 있어 환경보건법 내로 흡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된 규제법안 마련해야
중·고교 교실의 실내질 공기개선도 제자리걸음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조원진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학교 실내질 기준치 초과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5개 학교의 교실에서 미세먼지, 총부유세균, 폼알데하이드 등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부 자료는 올해 상반기 전국 학교의 50%를 점검해서 분석한 것이다.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78곳, 인천 36곳, 울산 21곳 순이었고, 제주지역 20개 학교도 기준치를 초과했다. 학교 교실에 대한 정밀조사는 올 연말까지 계획돼 있다. 상반기에는 총 3158개교를 조사했다. 이 가운데 99%인 3128개 학교에서 석면이 함유된 건축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교의 실내공기질은 교육부의 ‘학교보건법’에 따라 유지, 관리토록 돼 있다.
초등학교는 환경보건법, 중·고등학교는 학교보건법, 보육시설은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각각 관리된다. 따라서 같은 사안을 놓고도 부처에 따라 정책시행 우선순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환경부 박미자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신규시설의 경우도 인·허가 단계부터 자재사용 등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면서 “완공 후 잘못돼 시설을 개·보수하는 사례들도 흔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건축담당 부처와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부족한 데서 발생되는 문제인 셈이다.
조원진 의원은 “학교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교육부와 환경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학교 환경위생의 유지·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육 환경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 사진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2009-10-12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