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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고소에 우는 여성들 늘고 있다

역고소에 우는 여성들 늘고 있다

입력 2009-07-14 00:00
업데이트 2009-07-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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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해자 협박에 訴 취하… 되레 무고죄로 피소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

최근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가 무고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A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혐의는 간단했다. A씨가 지난 20 07년 집을 빌리기 위해 이모씨의 오피스텔을 찾아갔다 성폭행당했다고 허위 고소를 했다는 것. 기소한 이는 바로 A씨의 강간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였다.

●年 10건 발생… 검사 기소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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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주변에 알리겠다는 이씨의 윽박에 고소를 취하했지만, 이는 오히려 검사의 의심을 사는 단초가 됐다. A씨는 “집을 빌리지 못하면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될 판이라 이씨의 호감을 살 필요가 있어서 당장 신고하지 못하고 문자메시지 등도 주고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사는 이씨와 호의적인 연락을 한 점 등을 들어 A씨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갖고도 거짓말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검찰 판단과 달리 1·2심은 물론 대법원 역시 일관되게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폭행과 협박은 없었지만, 이씨가 자리를 피하는 A씨를 따라가 옷을 벗긴 점 등으로 봐서 A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인식할 여지가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 판단에 불복해 상소를 거듭했고, A씨의 악몽은 1년이 넘도록 계속됐다.

성폭력 가해자들이 무고죄를 악용, 오히려 피해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상담을 받은 피해자 중 무고 혐의로 ‘역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매해 10건 내외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에는 A씨처럼 검찰이 인지해서 무고 혐의로 기소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그러지 않아도 신고를 꺼리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더욱 위축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고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최근 광주지법은 성폭행 사실을 허위로 꾸며 고소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심지어 B씨의 경우 강간범으로 고소당한 가해자는 무죄 판결을 받은 터였다. 재판부는 “성폭행 고소의 진실성이 의심된다는 것만으로 고소인을 무고죄로 처벌하면 입증이 쉽지 않은 성폭행 사건의 특성상 피해자들이 고소를 주저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여성 고소위축 우려

그러나 유죄로 판단되면 중형이 선고된다. 실제로 성폭행 고소를 미끼로 금품을 뜯어내거나 상대방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달부터 시행된 양형기준에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와 함께 무고죄도 포함시켜 형량을 대폭 강화했다. 앞으로 무고죄가 인정되면 기본적으로 징역 6개월~2년을 선고하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무고죄는 그야말로 생사람을 잡는 것으로 과실범이 있을 수 없는 악랄한 사법방해죄”라면서 “특히 성폭력이 관련돼 있을 때는 어느 한 쪽이 입게 되는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9-07-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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