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정종기 개인전 ‘Talk’
2553년 전 부처는 중생이 고통의 바다에 던져졌다고 했다. 하지만 부처가 오늘날 현대인이 겪는 소통의 부재, 인간소외, 고독, 절대 상실을 모두 예상했을까 하고 문득 궁금해진다.이처럼 정 작가는 정면에서는 환하게 웃거나 즐겁게 대화하고 있을지도 모를 여인들의 뒷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쓸쓸한 자화상을 제시하고 있다.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한 두 여인의 뒷모습조차 단절감이 느껴진다. 특히 정 작가가 인물화의 배경으로 구한말의 서울 시내의 모습이나 6·25 전쟁으로 무너진 철교, 1980년대 민주화 시위 장면 등과 같은 한국의 독특한 역사적 상황을 선택하고 있어, 단절감과 소외의 깊이는 한층 더해진다.
정 작가는 “과거에는 타인과 소통이 불가능한 한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사회, 시대, 세대간의 단절과 불통에 대해 그려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참을 수 없는 고독과 고립, 공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그림을 오랫동안 들여다 보며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가져볼 만하다. (02)733-850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09-06-16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