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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 前대통령 추모, 사회분열 빌미 안돼야

[사설] 노 前대통령 추모, 사회분열 빌미 안돼야

입력 2009-05-25 00:00
업데이트 2009-05-2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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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장으로 치러지게 됐다. 정부는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고인을 기리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추모열기의 한편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게 아니냐는 여론도 만만치 않게 대두된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라는 권력형 비리 수사의 막바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상황에서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가 이후 어떤 형태로든 사회 분열과 반목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추모행사가 시위로 번지는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확고한 상태에서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촛불사태에 버금가는 후폭풍의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행사가 5월말∼6월초로 예정된 노동계의 대형 집회와 맞물리면 대규모 시위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촛불시위로 우리는 너무나 큰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어떤 이유에서도 이런 불행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깊은 충격에 빠진 것은 이해하지만 현 정부와 정치권, 검찰에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거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정쟁을 격화시킬 가능성도 우려된다. 당장 미디어법 처리가 예정돼 있는 6월 임시 국회가 영향권에 있다. 이번 서거 책임을 두고 법안 처리 과정이나 임시국회 전반에서 여야간 격한 대립이 벌어질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강력한 국정운영을 펴는 데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대기업 구조조정, 4대강 살리기, 교육개혁 등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들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정상적 국가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장으로 거행될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엄숙하고 경건하게 치러져야 한다.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를 한국 정치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지하게 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며 험한 세상을 등진 고인에 대한 예의이며 죽음을 헛되이하지 않는 길이다.

2009-05-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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