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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 죽음 내몬 악덕 사채업자 잡았다

부녀 죽음 내몬 악덕 사채업자 잡았다

입력 2009-04-10 00:00
업데이트 2009-04-10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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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못갚은 여대생에 성매매 강요한 일당 18명 검거

사채를 못 갚는다며 여대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갚지 못한 나머지 사채를 받아내기 위해 아버지에게 딸의 윤락행위를 알려 부녀간의 천륜마저 끊게 한 악덕 사채업자들이 경찰의 4개월에 걸친 집요한 추적 끝에 붙잡혔다.

서울의 한 전문대학에 다니던 이모(23·여)씨는 친구 강모(24·여)씨 등 2명과 함께 2007년 3월 강남구 논현동의 사채업자 김모(31)씨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살림을 감안해 대학등록금도 벌고 용돈도 쓰기 위해 인터넷 액세서리 쇼핑몰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돈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이씨 등은 김씨에게서 300만원씩을 각각 빌렸다. 3개월 동안 매일 4만원씩 360만원(연이율 340%)을 갚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쇼핑몰 영업이 제대로 안돼 빌린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360만원이던 빚이 1년 만에 1500만원이 됐다.

빚을 갚지 못하자 이씨는 김씨 등으로부터 유흥업소에 나가 돈을 벌어 갚으라는 강요를 이기지 못해 지난해 4월부터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일했다. 김씨는 유흥업소 마담과 짜고 이씨가 성매매 대금으로 받은 1800만원을 가로챘다. 그래도 빚이 남아 있자 김씨 등은 이씨 부모에게 딸의 윤락행위를 알려준 뒤 빚을 갚으라고 윽박질렀다.

이 사실을 접한 아버지는 충격과 분노를 이기지 못해 지난해 11월 송파구 삼전동 자택에서 딸을 목졸라 죽였다. 자신도 이틀 뒤 경기도 평택의 한 저수지 근처에서 목매 자살했다. 아버지는 미국을 오가며 인테리어 사업을 해 한때 어려움 없이 살았으나 경기불황 등으로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등은 이씨와 함께 돈을 빌린 친구 강씨 등에게도 비슷한 방법으로 유흥업소에 취직시켜 돈을 빼앗는가 하면 심지어 이씨에 대한 보증 부분까지 책임지라고 강요했다.

이들의 행각은 부녀의 비극적인 죽음을 다룬 지방지 기사를 보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원들이 적극 수사에 착수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대원 9명은 지난 1월 중순 이씨의 주변 인물에 대한 탐문조사에 나서 이씨 등이 악덕 사채업자로부터 300만원씩 빌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과정에 사채업자의 보복과 자신의 윤락행위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진술을 거부하던 또다른 피해자들을 달래 “김씨 등이 강제로 유흥주점 접대부로 취업시켜 화대를 가로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통신영장을 받아 휴대전화 추적에 나서 강남 일대에서 활동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몇개월 잠복 끝에 검거했다. 특히 김씨의 휴대전화를 동생이 사용하고 있어 허탕을 치기도 했다.

수사대는 9일 2007년 3월부터 이씨 등 212명에게 연 120~680%의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준 뒤 협박을 통해 33억여원을 챙긴 김씨 등 5명을 대부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대부업체 직원 양모(33)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09-04-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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