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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추모] 마지막 밤까지 나눔다짐 행렬…오늘 교황葬

[김수환 추기경 추모] 마지막 밤까지 나눔다짐 행렬…오늘 교황葬

입력 2009-02-20 00:00
업데이트 2009-02-2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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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4일째 표정

때마침 하늘에선 천사처럼 하얀 눈송이가 내려 오기 시작했다. 장례미사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 5시,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 안 유리관에 임시로 안치됐던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삼나무관으로 옮겨졌다. 염습 후 잠깐 김 추기경의 얼굴이 공개된 20분 동안 명동 성당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영영 보지 못할 추기경의 얼굴을 눈동자에 꼭꼭 담았다.

김 추기경은 반평생을 함께 한 추기경 반지, 십자가와 함께 청빈을 상징하는 삼나무로 만들어진 일반 관으로 옮겨졌다. 정진석 추기경은 “김 추기경님이 천상에서도 주님의 자세로 성인의 반열에 들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분향과 성수 뿌리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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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
입관 19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열린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입관 예절이 끝난 뒤 장례 담당 신부들이 삼나무 관을 덮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장례식 교황장(葬)으로 격상

이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정진석 추기경을 교황 특사로 임명함에 따라 김 추기경의 장례미사는 서울대교구장에서 교황장으로 격상됐다. 김 추기경의 관은 20일 오전10시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장례미사가 끝나면 정오쯤 경기 용인 성직자 묘지로 운구된다. 운구 차량은 일반 교통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금 우회해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한 뒤 양재 인터체인지, 수원 톨게이트를 지나 태광컨트리클럽, 죽전로터리 등을 거쳐 장지에 도착한다. 이어질 하관 예절은 무덤 축복, 기도, 성수뿌리기, 분향 등 일반 사제와 같은 형식으로 30분간 이어진다.







묘비에는 김 추기경의 사목 표어이자 그가 가장 좋아했던 성경 구절 중 하나인 시편 23편 1절(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이 새겨진다.

이날도 조문 행렬은 이어져 대성전이 문을 닫은 자정까지 13만 6000여명이 빈소를 방문했고, 이로써 총 조문 인원은 38만 5300여명이라고 장례위원회는 밝혔다. 조문을 위해 오전 4시30분에 집을 나섰다는 이시몬(66·서울 구파발)씨는 “서두른다고 했는 데도 도착해 보니 이미 줄이 늘어져 있어 1시간 20분을 기다려 겨우 조문했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못 오면 평생 한이 될 것 같아 왔다.”고 말했다. 오전 9시40분쯤 빈소를 방문한 파딜랴 교황 대사는 “김 추기경의 선종은 사제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성당 안으로 들어온 시민들은 ‘오늘이 아니면 볼 수 없다.’는 다급한 마음이 역력해 보였다. 2001년 김 추기경의 백내장 수술을 집도한 김재호 원장은 “수술 전에 추기경께서 상담을 하며 각막을 기증할 예정인데 늙고 난시도 있어 기증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면서 각막 기증의 뒷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백발의 민경봉(76)씨는 “이렇게 큰 규모의 자발적인 조문 행렬은 김구 선생 서거 이후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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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총리, 작가 박완서씨 등 참석

한편 장례위원회는 이날 장례미사에 참석할 귀빈 명단을 확정해 발표했다. 한승수 국무총리, 김형오 국회의장 등 100여명이다. 장례위원회는 “김 추기경님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소설가 박완서, 공지영씨를 비롯해 정부 인사와 외교사절, 국회의원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참석 가능성이 점쳐졌던 이명박 대통령은 불참하는 대신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이 애도사를 대독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추기경의 주치의인 강남성모병원 정인식 교수, 김영균 교수와 황태곤 병원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일반인의 참석은 제한된다. 허영엽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은 “890석 정도인 대성전의 공간 문제 때문에 입장권을 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장례미사는 귀빈 100여명과 유가족, 주교단 30여명과 서울 각 성당에서 1명씩 뽑힌 평신도 230명, 수도자 150여명 등이 참석하게 된다.

대성전 밖에서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야외에서도 미사를 볼 수 있고, 대성전 왼편 꼬스트홀에서도 동시에 미사가 봉헌된다.

김민희 박성국기자 haru@seoul.co.kr
2009-02-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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