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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충동 느낄땐 전화를 걸어라

자살 충동 느낄땐 전화를 걸어라

정현용 기자
입력 2008-09-06 00:00
업데이트 2008-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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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만 넘기면 금방 평상심 회복 가능성

세계 자살률 1위. 세계자살예방의 날(9월11일)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오명을 씻지 못했다. 독거노인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늘면서 자살자는 매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1.5명에 달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1.2명의 두배에 달하는 수치다.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자살. 과연 막을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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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민성길 교수는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에 전화를 걸어보라.”고 조언했다.‘핫라인’으로 불리는 생명의 전화(1588-9191)는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 마음을 되돌리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막상 자살하려는 마음을 먹어도 그 순간만 넘기면 금방 평상심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 생명의 전화는 24시간 운영된다.

자살충동이 생기면 곧바로 전화를 걸 수 있도록 주머니에 쪽지를 넣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시로 지인에게 전화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희망적인 말을 ‘단정적으로’ 하는 것도 자살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희망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강하게 말하는 방식이다. 단 단정적인 조언을 하는 대상은 가족보다 제3자가 좋다. 민 교수는 “가족간 불화로 자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부모가 강하게 조언하면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유명인, 의사와 같이 권위가 있거나 호감이 있는 대상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을 무작정 ‘환자’로 몰아서는 안 된다. 자살자 가운데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40%를 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충동적으로 자살한다는 뜻이다. 특히 큰 실패로 심리적인 충격을 받은 사람을 자극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은 대개 자살을 반복적으로 시도한다. 한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다시 시도할 확률은 50%, 두번째는 70%, 세번째는 90%에 달한다. 올해 생명의 전화 상담통계에서도 자살을 1번 이상 시도한 사람 27명 가운데 3번 이상 시도한 사람이 10명이나 됐다.

반복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늘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위험한 곳으로 가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또 신뢰를 바탕으로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미리 다짐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당신이 왜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고,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표현해야 한다.”면서 “‘나를 믿고 자살하지 말라.’고 약속하면 순간의 충동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살을 시도하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나는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고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져 있다고 생각할 때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오 교수는 “가족과 친구, 의사가 모두 힘을 합쳐 희망을 주고 관심을 가지면 자살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08-09-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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