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배종화 고혈압관리협회 회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배종화 고혈압관리협회 회장

입력 2008-05-19 00:00
업데이트 2008-05-19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30대 이상 60%가 ‘위험군’ 30분 걷고 소금섭취 줄여야

‘침묵의 킬러’로 불리는 고혈압.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적어도 1명은 고혈압에 시달린다고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국내 의학계에서는 고혈압 환자가 무려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우려한다. 서울시 인구만 한 ‘킬러’들이 전국 곳곳에 숨어 있다는 것과 다름 아니니 정말 섬뜩할 정도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5년을 기준으로 30세 이상 고혈압의 유병률은 27.9%이며 30대 이상 인구의 약 60%가 고혈압 위험군에 속해 있다고 한다.

이미지 확대
배종화 고혈압관리협회 회장
배종화 고혈압관리협회 회장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에서는 얼마 전,2001년 한해동안 전세계 30세 이상 조기 사망자의 13.5%인 760만명, 그리고 후천적 장애인의 6%인 9200만명이 고혈압으로 인한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또 전체 뇌졸중 발병의 54%, 심장병의 47%가 고혈압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뇌졸중 심장병 환자는 혈압수치가 140mmHg 이상인 사람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140mmHg 이하이면서 고혈압인 사람들이 차지했다. 특히 유럽과 중앙아시아 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망 원인의 3분의1이 고혈압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통계수치를 예로 들면서 고혈압에 대한 위험성 계몽과 안전 대책 캠페인을 벌이는 것만으로도 지금 당장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17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고혈압의 날. 내로라하는 국내 고혈압 전문가들이 이날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 모처럼 나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혈압측정 ▲고혈압 건강상담 ▲고혈압 예방 소책자 배포 ▲연령대별 신체나이 측정행사 등을 진행, 눈길을 모았다. 이날 행사는 사단법인 한국고혈압관리협회가 주최했으며, 앞으로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고혈압 예방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천명했다. 협회 회장은 순환기계의 명의이자 ‘고혈압 권위자’로 유명한 배종화(68) 경희의료원장이 맡고 있다. 행사 직전 배 회장을 만났다.

고혈압의 날은 전 세계적인 행사인가요.

“3년 전 WHO에서 매년 5월17일을 고혈압의 날로 정했습니다. 우리 협회가 작년 7월에 출범했으니 올해 처음으로 행사를 하게 됐습니다. 선진·후진국 관계없이 세계 각국에서 이날은 고혈압에 대한 예방과 중요성 등을 알리는 행사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날뿐만 아니라 매년 12월 첫째주를 고혈압 주간으로 정해 치료실태와 예방활동을 벌이지요.”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는 얼마나 됩니까.

“고혈압은 가장 흔한 질환이지만 임상적인 증상이 없어 자신이 환자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고, 알아도 치료받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치료하고 있는 환자도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경우가 적어 뇌혈관·심장·신장 질환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지요. 우리가 고혈압에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 2위가 뇌혈관질환이고,3위가 심장질환인데 모두 고혈압의 합병증으로 인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중 남자 39.8%, 여자의 30.6%가 고혈압 전 단계에 속하므로 이들에 대한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30세 이상 성인 중 고혈압 유병률은 남자 34.4%, 여자는 26.5%로 집계됩니다. 특히 60대가 되면 남녀 모두 57%를 웃돌 정도여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고혈압은 왜 생기나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긴 하지만 대개 체질, 비만, 나이, 추위, 염분, 스트레스, 흡연 등에서 생겨납니다. 체질이나 연령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이유는 조절할 수가 얼마든지 있지요. 예를 들어 생활습관병이라는 게 있습니다. 과음, 흡연, 짠음식 섭취 등이 이에 속하는데 적당한 수준의 운동과 금연, 절주 등 보통의 주의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한 질병입니다. 고혈압은 이 생활습관병과 밀접하다고 보면 됩니다.”

▶고혈압은 왜 위험합니까.

“우리 주위에서 매우 건강하게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이유가 대부분 고혈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또 고혈압으로 심한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지요. 우리나라 성인 사망원인 1위가 각종 암,2위가 뇌졸중(뇌혈관 질환),3위가 심장질환으로 돼 있습니다. 고혈압은 뇌졸중은 물론이고 심부전, 동맥경화, 그리고 급성 심근경색 등을 불러 돌연사의 최대 주범으로 꼽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혈압쯤이야 별 문제가 있겠느냐.’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혈압이 높은 줄 알면서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고혈압의 심각성을 깨닫게 될까요.

“고혈압, 고지혈, 당뇨, 비만 등을 죽음의 4중주라고 합니다. 이들을 연관성이 매우 높아 중첩적으로 발생하면 뇌경색, 협심증, 심근경색이 생깁니다. 가정 파괴의 ‘확신범’임을 알면서도 방치하면 결과가 불보듯 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현재 고혈압약을 먹고 있는 사람들은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지 늘 고민하게 됩니다.

“고혈압 환자가 강압제를 복용한 후 혈압이 어느정도 안정이 되면 강압제 용량을 줄이거나 약 복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혈압이 1년 이상 정상을 유지하면 강압제를 서서히 줄일 수 있고, 또 두 가지 이상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한가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강압제를 중단하는 경우에는 생활요법을 더욱 철저하게 지켜야 하고 정기적인 혈압 측정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생활습관을 잘 유지하면 혈압이 조절됩니까.

“운동, 금연, 절주 등과 같은 습관은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아주 유익합니다. 우선 염분량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염분을 20g정도 먹는데 고혈압 환자인 경우 6g으로 낮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 밥 세끼 먹는데 반찬을 반만 먹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두번째는 하루 30분 이상 걷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저지방 음식 위주로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고혈압인 경우 배뇨와 성생활에는 어떤 연관이 있나요.

“방광이 소변으로 꽉 차 있거나 괄약근에 힘이 들어갈 때면 혈압이 올라갑니다. 또 이러한 상태에서 배뇨를 하면 혈압이 급속히 내려갑니다. 의식을 잃는 경우도 있지요. 때문에 추운 날씨로 인해 화장실을 참는 경우가 많은데 가급적 좌변기에 앉아서 느긋하게 배뇨를 할 것을 권장합니다. 또 성생활이 혈압을 올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불륜관계인 경우 격심한 흥분이 동반되기 때문에 중대한 부정맥의 발작, 뇌졸중을 초래하는 등 복상사를 일으길 수 있습니다.”

인터뷰 도중 배 회장에게 혈압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정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 두끼만 먹는다는 것. 술은 원래 잘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주량이 소주 반병정도면 취한다고 했다. 그는 또 심부전증 환자에게 사우나 치료법을 권장했다. 사우나 내부 온도 60℃에서 약 15분을, 사우나에서 나와 이불을 덮고 약 30분을 보내면 심부전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배 회장은 일제때 만주 선양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1학년때인 1948년 서울로 이사를 왔으며 부친이 목포시장을 지내 목포 유달초등학교에도 다녔다. 다시 부산으로 이사를 해 경남고를 졸업하면서 서울대 의대에 진학, 오늘날 순환기계, 특히 ‘고혈압 명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그가 걸어온 길

1940년 만주 선양 출생.

1959년 경남고 졸업.

1965년 서울대의대 졸업.

1976년 동 대학원 박사.

1973년 경희대의대 교수.

1982∼84년 미국 UCLA 파견교수.

1985년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정회원.

1991년 제10차 아세아·태평양 심초음파 학술대회 사무총장.

1996∼98년 대한순환기학회 이사장.

1997∼99년 한국 심초음파학회 회장.

2001년 제5차 세계 심초음파 학술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2005년 아시아·태평양 고혈압학회 제4차 학술대회 조직위원회 회장.

2005년 대한고혈압학회 회장.

2006년 경희대학교부속 동서신의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2007년∼현재 사단법인 한국고혈압관리협회 회장.

2008년∼현재 제13대 경희의료원장.

# 주요 수상 대한순환기학회 학술상(1989년), 지석영의학상(1999년), 옥조근정훈장(2006년).
2008-05-19 23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