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북한 관계가 유례없이 악화된 탓에 북한 쪽의 반응도 예년과 달리 냉랭했고 일본 측도 행사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그녀의 얼굴엔 어느때보다도 큰 안도감과 성취감이 가득한 듯했다. 그림전시회 실무를 맡아 매년 5월 북한의 초등학교를 방문, 전시회의 취지를 설명하며 행사를 진행시켜 왔던 그녀는 “올해처럼 조마조마했던 해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양국 관계가 얼어붙어 있었던 탓이다.
앞서 준비상황을 걱정하던 차에 북한에서 그림 40점을 보내왔고 한국인과 재일교포를 포함한 일본의 초등학교 학생들로부터도 40여점을 받았다.‘남북어린이와 일본 어린이 그림마당’은 그렇게 나름대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올해 그림주제는 ‘내게 소중한 사람’.
그녀는 이번 행사에서 ‘유창한’ 한국어 실력 덕을 톡톡히 봤다. 데라니시는 대학생때 한국어를 배운 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가 1년 동안 생활했다. 센터에서 일하게 된 것도 7년 전 한국어 통역 아르바이트가 인연이 됐다. 요즘도 한국의 시민단체들과 모임이 있을 때에는 일본 측의 회원이자 통역으로 참여한다. 꽤많은 한국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도 친분을 맺고 있다. 그림전시회는 지난달 28일부터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도립어린이회관에서 열렸다. 올해 처음으로 그림을 그린 북한의 학생들을 비디오로 미리 촬영한 뒤 전시회에서 상영,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림전시회는 일본과 한국의 7개 시민단체들이 ‘실행 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2001년부터 매년 6월쯤 개최하고 있다.8월에는 평양으로 그림을 가지고 가 선보일 예정이다.
데라니시는 “일본·한국·북한의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세계와는 달리 순수하게 그림을 통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일본 측에서 보다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비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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