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79세로 타계한 신순남 화백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일찌감치 독창적인 화풍으로 이름을 날리며 유럽인들에게 ‘아시아의 피카소’로 불린 인물.1937년 두 차례에 걸쳐 17만여명의 고려인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송된 강제이주는 천형과도 같은 고통이었다. 신 화백은 “사람이 탈 수 없는 화물 객차에서 며칠 밤낮을 시달리다 중앙아시아 늪지대에 버려졌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소금땅이나 황무지를 개간해야만 했다.”고 여덟 살 때 겪은 강제이주의 기억을 술회한 바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가로 100m, 세로 120m의 화폭을 22장이나 이어 붙인 신 화백의 ‘승리(2004)’ 등의 작품이 출품된다. 유민의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고향을 건설, 고유한 문화의 뿌리를 일궈낸 고려인의 영광을 재현한 작품이다.
신 화백보다 한살 어린 안일 화백은 중앙아시아 세밀화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우즈베키스탄 미술전문대 교수로 재직하며 홍범도 장군,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의 초상화도 많이 그렸다. 신 화백의 큰며느리인 신이스크라와 그의 딸 신스베틀라나는 서정적인 꽃그림을, 동명 이인인 두 명의 김블라디미르와 박니콜라이는 추상적이면서도 장식적인 그림들을 출품한다.
미술평론가인 최태만 국민대 교수는 “고려인 후손들은 슬픈 역사를 상속받았지만 그들의 작품은 밝고 화사하다.”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작품에는 한민족 특유의 낙천적 세계관이 깃들어 있다.”고 설명했다.(02)735-4032.
윤창수기자 ge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