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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아프리카 러브콜/이목희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프리카 러브콜/이목희 논설위원

이목희 기자
입력 2006-11-04 00:00
업데이트 2006-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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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케네디 미 예일대 교수는 근대사에서 중국이 유럽에 밀린 이유로 대항로 개척 포기를 들었다.600년전 명나라의 환관 정화(鄭和)는 동남아-인도-동아프리카를 잇는 바닷길을 개척했다.2만 8000여명의 선원에,240여척의 선박이 동원된 대선단이었다. 콜럼버스의 범선보다 배수량에서 10∼100배에 달하는 대형 선박들이었다. 그러나 정화 이후 집권세력은 중국 밖에서 얻을 게 없다는 중화사상에 심취했다. 해금정책을 실시하고, 대항해용 선박과 항해기록을 불태워 버렸다. 중국이 얼마전 정화함대의 선박을 복원한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유럽과 미국이 석권해온 대양에서 중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셈이다. 정화의 항해 행적 복원계획도 밝혔다. 동남아-인도-아프리카 진출을 강화함으로써 패권국가로 서려는 야심이 깔려 있다.

중국이 정화함대의 기개를 이어받은 외교행사를 벌이고 있다.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어제부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을 열었다. 중국이 아니면 어떤 나라도 하기 힘든 기획이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과 유럽이 아프리카에서 주춤하는 동안 엄청난 경제·군사·문화·스포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석유를 중심으로 에너지자원 확보, 통상·투자 확대, 인적 진출, 무기판매 등 중국이 이익을 얻을 분야는 다양하다. 국제사회에서 표대결때 그 숫자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중국이 아프리카에 보내는 러브콜은 대단한 수준이다. 무상원조를 넘어 부채탕감, 연수 초청, 첨단 소프트웨어 제공….

중국의 공세에 미국·유럽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신식민주의 정책’이라며 견제하고 나섰다. 값싼 중국 제품의 범람과 중국인들의 인력시장 잠식에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도 긴장했다. 잠비아는 중국자본이 운영하는 구리광산을 폐쇄하기도 했다. 중국은 분할대응 전략으로 맞설 조짐이다. 유럽 국가 중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프랑스와 손을 잡았다. 앞으로 아프리카에서 중국·프랑스 연대와 미국·일본 연합이 일대 충돌하는 양상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어느 한 쪽을 편들기 힘들다. 양 세력권 사이에서 이삭줍기라도 충실히 한다면 아프리카에서 서너번째 영향력 있는 국가는 되지 않을까.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6-11-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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