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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범 이낙성 검거…중국집 전전 “도피 지쳤다”

탈주범 이낙성 검거…중국집 전전 “도피 지쳤다”

나길회 기자
입력 2006-11-01 00:00
업데이트 2006-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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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제3교도소(구 청송감호소)에 수감돼 있다 지난해 4월 치질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 중 탈주했던 이낙성(42)씨의 도피 생할이 1년7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후 3시10분쯤 이와 턱을 치료 받기 위해 성동구 성수2가 영동병원에 들렀던 이씨를 인근에서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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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성
이낙성


턱치료 접수중 가명 대다 “내가 이낙성” 실토

경찰에 따르면 그는 서울 창신동 모 중국집 일을 마친 뒤 일당 9만원을 갖고 인근 포장마차에서 소주 6병을 마셨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들어간 건물 계단에서 굴러 위쪽 앞니 두 개가 부러지고 턱이 찢어졌다. 아침에 서울 성수동 길가에서 눈을 떴고 뒤늦게 통증이 느껴져 인근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무협지 소설 속 주인공인 ‘정종철’이라는 이름을 댔다가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자 “감호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됐다. 주민등록번호가 기억 안 난다. 내가 이낙성이다.”라고 밝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검거 후 이씨는 이름을 밝힌 이유에 대해 “오랜 탈주 생활에 지치고 힘들어서 자수할 생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씨가 간단한 치료를 받고 병원에서 나온 직후인 오후 2시55분쯤 이 병원 원무과 직원 강모(32)씨가 인근 지구대에 신고했다. 병원 인근에 순찰을 돌던 서울숲지구대 유진기(36) 경사가 주변을 탐색한 끝에 병원에서 80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그는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검거 당시 탈주 직후 배포된 사진과는 달리 살이 빠지고 머리가 다소 긴 상태였으며 검은색 바지에 회색 니트를 입고 있었고 소지품은 6만 6000원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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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등 수도권 머물러… 인력시장도 기웃

이씨는 2004년부터 보호감호를 받던 중 지난해 4월6일 치질 수술을 위해 경북 안동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가 교도관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다음날인 7일 새벽 1시쯤 도망쳤고 서울에서 교도소 동기(39)를 만나 지하철을 탄 뒤 종적을 감췄다.

이씨는 지하철에 내리자마자 서울 북창동 인력시장으로 가서 구리시 교문리 한 중국음식점 설거지 일을 구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석 달쯤 일한 뒤 서울 마포구 중국식당에서도 두 달가량 일을 하는 등 서울·수도권 일대 중국식당에서 같은 일을 했다. 최근에는 돈이 필요할 때만 일 하고 서울 시청과 신촌 일대 여관과 공원을 전전하며 도피 생활을 계속했다. 지난 6∼7월에는 이번에 검거된 병원 인근 중국집에서 일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집 주인은 “신문을 통해 이낙성이라는 탈주범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집에서 일한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라고 전했다.

“탈주, 계획했던 것은 아닌 듯”

하지만 치질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던 이씨가 치료도 받지 않고 오랜 시간 도주하면서 일까지 했다는 부분은 석연치 않다. 경찰 관계자는 “치료를 따로 받지 않고 참았다고 하지만 좀더 조사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주 이유에 대해서는 “계획한 것은 아니고 교도관이 졸고 있어 충동적으로 도망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경찰은 1000만원의 포상금을 걸고 전국에 수배전단을 뿌리면서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나섰으나 성과가 없었다. 탈주 4개월 뒤인 지난해 8월 사회보호법이 폐지돼 이씨의 청송감호소 동기들 가운데 상당수가 가출소했다. 하지만 이씨는 도주죄 외에 절도 혐의로 추가로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다. 탈주 당시 지갑과 휴대전화가 들어있던 교도관의 점퍼를 훔쳐 입었기 때문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06-11-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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