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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대책 6개월…부동산 기류는] 정책 불협화음에 신뢰성 잃어 “언젠간 바뀌겠지” 버티기도

[8·31대책 6개월…부동산 기류는] 정책 불협화음에 신뢰성 잃어 “언젠간 바뀌겠지” 버티기도

입력 2006-02-28 00:00
업데이트 2006-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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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투기꾼이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집값을 ‘10·29대책’ 이전으로 끌어내리겠다.”‘8·31대책’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내놓은 약속이다.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실거래가신고제도 등 긍정적인 내용도 많았지만, 대책의 효과가 국민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 같다.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잡히는 듯했으나 이내 제자리로 돌아갔고, 부동산 투기는 근절되지 않아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뿌리가 비집고 나오고 있다.‘종합 백화점’ 투기 대책이었던 8·31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아 6개월여 만에 추가 대책을 마련하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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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신도시가 들어설 서울 송파구 거여동과 성남시 창곡동 일대. 송파신도시 개발은 ‘8·31대책’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였지만 개발계획을 내놓은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여전히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서울신문포토라이브러리
송파 신도시가 들어설 서울 송파구 거여동과 성남시 창곡동 일대. 송파신도시 개발은 ‘8·31대책’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였지만 개발계획을 내놓은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여전히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서울신문포토라이브러리


빗나간 예상…매물 실종, 투기 수요 여전

정부는 대책이 나오면 서울 강남 아파트 시장에는 매물이 홍수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장은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있는 사람들이 집을 팔기보다는 전세금을 올리거나 월세를 올려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를 갖고 있는 집주인들은 언젠가는 정책이 뒤집어지겠지 하는 생각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1가구2주택자인 강남에 사는 최모(43)씨는 등촌동 아파트를 팔려다가 양도세를 2억원 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차라리 10년 동안 재산세 2000만원을 나눠 내겠다며 물건을 거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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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나 토지도 마찬가지다. 관행대로 거래가를 낮게 신고했던 주인들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따지다 보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양도세를 물어야 하는 부담에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진우 벤처부동산 사장은 “상가 주인이 양도세를 계산해 보고는 계약서를 찢어버리는 바람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는 분양가 대비 2배 이상 폭등하는 등 집값 오름세 고삐가 잡히지 않고 있다. 강남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방 토지시장을 기웃거리는 투기꾼도 여전히 활동중이다. 혁신도시 등 개발 호재가 있는 곳에서는 무허가중개업자 등이 아직도 판치고 있다. 투기꾼이 더이상 활동하지 못하고 가수요도 사라질 것이라던 정부의 호언장담이 아직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 총체적인 엇박자

당초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 후속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정부간, 정부-여당간, 정부-지자체간에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정책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건교부는 지난달 22일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을 막기 위해 지자체가 갖고 있는 재건축 승인권한 일부를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열흘 만에 재경부가 이를 뒤집었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지난 1일 “정부는 지자체의 재건축 승인권한의 환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김 차관보 발언 이후에도 지자체의 재건축 승인권한 재조정 문제는 심도있게 검토되고 있다고 재차 반박했다.

건교부는 지난 7일 2006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무주택자 위주로 주택청약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호웅(열린우리당)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은 이틀뒤인 9일 “청약제도처럼 민감한 사안을 하루 아침에 함부로 바꾸면 국민 피해가 크다.”면서 “정부가 대통령 눈치나 보고 ‘어떻게 하면 대통령 마음에 들까.’하는 차원에서 대책을 발표해선 안된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난달 4일 정부의 송파신도시 건설은 유보돼야 한다면서 정부의 8·31 대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는 즉각 송파신도시 건설은 예정대로 간다고 반박했지만 이로 인해 새해 벽두부터 또다시 부동산시장이 출렁거렸다.

하반기부터 매물 나와 내년부터 부동산시장 본격 안정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1가구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는 내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상반기까지는 다주택자들이 정부 정책을 관망하는 추세가 강하다.”면서 “그러나 정부의 제2기 부동산정책이 확정되고 나면 하반기부터는 양도세 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매물이 늘어나면서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부터 부동산값이 연착륙하기까지는 일시적인 불안정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를 이뤘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2주택자 이상 보유자들이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주택을 팔더라도 강북이나 수도권 등 비인기지역의 아파트를 팔고, 강남권의 중층 재건축이나 중대형 일반아파트 한 채를 가지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연초 재건축 시장이 급등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강충식 주현진 chungsik@seoul.co.kr
2006-02-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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