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최홍만 신드롬/이용원 논설위원

입력 : ㅣ 수정 : 2005-09-2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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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만이 드디어 이종격투기 K-1의 스타 반열에 들어섰다. 지난 23일 일본 오사카돔에서 열린 ‘K-1 월드 그랑프리 2005’개막전에서 ‘야수’ 밥 샙을 한차례 다운시키는 등 선전한 끝에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지난해 말 씨름판을 포기하고 K-1에 진출한다고 선언해 격렬한 찬반논쟁을 불러일으킨 지 아홉 달만에 이룬 쾌거이다. 최홍만 경기를 중계한 스포츠 전문채널의 시청률은 순간최고 15.8%에 달해 케이블TV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거리응원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불리하리라던 예상을 깨고 승리를 거두었으니 ‘최홍만 신드롬’은 더욱 거세지게 되었다. 밥 샙은 K-1을 주최하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높은 선수여서 그를 거꾸러뜨린 최홍만이 K-1 팬들에게 가장 주목하는 선수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인기만큼 실력도 정상급에 섰는가라는 점이다. 냉정히 따지면 최홍만도, 밥 샙도 실력 면에서 정상권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프로 미식축구 선수 출신인 밥 샙(200㎝,155㎏)은 멧돼지가 돌진하듯이, 말 그대로 저돌(猪突)적으로 경기 시작과 함께 상대에게 달려들어 기선을 제압한 뒤 힘으로 누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노장 어네스트 호스트를 두차례 꺾는 등 재미를 보았지만 체격·힘을 함께 갖춘 테크니션에게는 맥없이 무너졌다. 미르코 크로캅에게 1라운드에서 KO당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K-1 무대에는 최홍만(218㎝,160㎏) 못잖은 거인이 적잖다.220㎝,180㎏의 몬타냐 시우바를 비롯해 자이언트 시우바(218㎝,175㎏), 아케보노(203㎝,220㎏), 세미 쉴트(212㎝,130㎏) 등이다. 이 가운데 쉴트 정도가 1급 선수로 분류될 뿐 나머지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덩치와 힘만으로는 K-1을 제패하기 힘든 것이다.

최홍만은 밥 샙을 꺾은 뒤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 내용이 50점이었다고 자평했다. 스스로 부족함을 느낀다면 오히려 앞날은 밝다. 그는 올해 데뷔해 6전을 치른 신인이고 진정한 강자와는 아직 붙어 보지 못했다. 이제라도 차분히 기초부터 닦는다면 머잖아 K-1의 최강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5-09-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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