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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재산지키기’ 더 바빠진 PB들

‘큰손 재산지키기’ 더 바빠진 PB들

이창구 기자
입력 2005-07-20 00:00
업데이트 2005-07-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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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의 진정한 능력은 위기 상황에서 판가름난다.’

오는 8월 정부와 여당이 내놓을 부동산 종합대책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시중은행 PB(프라이빗 뱅커)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적용한 개발이익 환수제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고, 현행 50%인 종합부동산세 세부담 증가율이 폐지되고, 과세 대상도 9억원에서 6억원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부자를 겨냥한 세금이 크게 강화될 것이 확실해지면서 PB들은 부자 고객에게 소개할 새로운 절세 방법이나 투자처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PB사업 책임자는 “대부분의 부자 고객들이 여러 은행의 PB센터와 거래하고 있다.”면서 “PB들이 이번 ‘위기 국면’을 어떻게 뚫어주느냐에 따라 ‘큰 손’들이 주거래 은행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알아서 결정해라”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를 앞둔 요즘 부자 고객들의 문의가 PB센터로 쇄도하고 있다. 문의 내용은 대부분 부동산 보유세가 얼마나 오를 것인지, 집을 과연 팔아야 하는지, 토지공개념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부활되는지, 이참에 주식시장에 들어가야 하는지 등이다.PB들에게 가장 난감한 요구인 “나는 도무지 모르겠으니 알아서 해 달라.”는 고객들도 부쩍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세무, 금융, 부동산 등으로 나뉜 전문 PB들의 역량을 총동원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고객들이 부동산 매매나 새로운 투자에 대한 결정권을 PB들에게 위임한 뒤 사후에 책임을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PB센터 별로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해 재테크 기법을 전달하며 고객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 또 부자 고객들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지방의 토지에 대한 투자 적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현지 출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 강남교보타워 박재현 PB팀장은 “새로운 조세 정책이 나오면 그에 대한 대비책도 나오게 마련”이라면서 “세무사 5명, 부동산 전문가 2명이 팀을 이뤄 대응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PB사업부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지속적인 세미나를 통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재테크 정보와 전략을 주지시키고 있다.”면서 “이번 종합대책이 PB사업의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일선 PB들은 “보유세가 더 강화되면 결국 집을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객들의 문의에 “절대 팔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다. 한반도의 면적이 넓어지지 않는 한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섣불리 팔았다가는 엄청난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요즘같은 시기에 집을 팔면 자칫 세무당국의 표적이 돼 다른 자산까지 세무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알려주고 있다.

특히 1가구3주택 이상의 다주택 소유자들에게는 증여를 권하고 있다. 대출이나 전세금은 증여세 과표에서 제외되는 ‘부담부 증여’를 활용하면 상당한 세금을 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압구정중앙골드클럽 채준호 부장은 “집을 처분하려는 다주택 소유자들도 대부분 강북지역에 위치한 주택을 팔려고 하기 때문에 이번 대책으로 강남 집값은 움직이지 않거나 오히려 오르고 강북 집값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비록 정부가 토지공개념 일부 부활 등 강력한 대책을 강구중이지만 고객들과 PB들 사이에는 부동산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하다.”면서 “지방의 토지를 매입해달라는 고객들의 요구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PB들은 또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는 다주택자 소유자 등 우량 고객들의 불편한 심기를 풀어주는 데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강남 지역의 한 PB는 “많은 주택을 소유한 고객과 고가의 주택을 한 채 보유한 고객간에도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면서 “이들의 심리를 잘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영업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5-07-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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