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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 잃는 일용근로자들

갈곳 잃는 일용근로자들

입력 2004-11-05 00:00
업데이트 2004-11-0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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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인력시장’을 찾는 일용근로자들이 정부의 무관심과 경기불황, 일거리 감소로 3중고에 시달리는 등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또 새벽 인력시장도 인터넷보급 등 시대의 변화에 밀려 제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일용직근로자 수는 220만명에 달한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그 숫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들 가운데 고용보험 적용 대상 일용근로자 187만명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자는 월 평균 37만 1000명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인력시장’에서 하루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 2동 새벽 인력시장에서 만난 ‘로터리사람들’(인력시장을 찾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은 고용보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우리 같은 사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정부에 가서 알아 보라.”는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부인력개발 김동현 부장은 “건설현장에 사람을 보내고 있지만 업주가 고용보험에 가입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초부터 건설 일용근로자 고용보험 가입을 확대하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홍보를 하고 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새벽 인력시장,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은 일일 취업센터 폐쇄에서도 알 수 있다. 정부에서 외환위기 이후 일용근로자 취업알선을 위해 설치한 일일취업센터는 지난 8월 말 서울 4곳을 포함, 전국 16곳 가운데 13곳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노동부 홈페이지에는 이미 폐쇄된 일일취업센터 전화번호가 버젓이 올라 있다.

서울 종합고용센터 관계자는 “새벽 인력시장을 떠도는 일용직 근로자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별다는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용근로자들은 특히 일거리가 30% 가량 감소, 일자리를 찾지 못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중국요리사들이 매일 새벽 300∼400명 가량 모이는 서울 중구 북창동 새벽인력시장에 업주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하루에 겨우 10∼20명만 일자리를 구할 정도다.

이러한 상황은 건설 일용근로자들이 주로 찾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2동 남구로역 주변 인력시장도 마찬가지다.

전통적 의미의 ‘새벽 인력시장’의 기능은 인력을 업주에게 소개해 주고 근로자에게서 10% 수수료를 받는 사설 ‘인력개발회사’가 대신하고 있다. 인터넷 인력시장도 ‘새벽 인력시장’의 위축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가다넷 닷컴 구인·구직 사이트만 120곳이 넘는다.

새벽 인력시장이 그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지만 수수료를 물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강동형 윤창수기자 yunbin@seoul.co.kr
2004-11-0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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