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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한일 FTA 협상의 또다른 전략/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열린세상] 한일 FTA 협상의 또다른 전략/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입력 2004-09-01 00:00
업데이트 2004-09-0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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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3∼25일 경주에서는 제5차 한·일 FTA협상이 개최되었다.2003년 12월 제1차 협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의 협상이 서로의 입장을 탐색하고 확인하는 예선 경기였다면,올 하반기 상품 양허안 교환과 함께 진정한 의미의 본선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의 평균 실행관세율이 2∼3%,우리의 평균관세율이 8% 내외인 상태에서 동시에 관세가 철폐되면 대일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특히 작년 한 해 동안의 대일무역적자가 190억달러,금년 1∼7월중 적자가 145억달러로 작년동기보다 38%나 확대된 상황에서 한·일 FTA로 초래될 대일 적자 확대는 우리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양자간 무역 협상은 양국 모두에 실익을 가져오는 윈윈(win-win) 게임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핵심적인 상품양허 분야에서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한·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시에도 관세철폐 이외에 우리가 실질적으로 득이 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해 왔다.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일본의 비관세장벽 해소에 관한 것이다.현재 양국은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해 협상그룹 내에 비관세조치분과를 설치하고 의제를 발굴,논의 중이다.

일본의 비관세장벽은 우리 대일 교역기업들의 지속적인 애로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만족할 만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이번 한·일 FTA 협상으로 비관세장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장이 마련되었으므로 의제 발굴 및 협상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비관세장벽 해소와 함께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실익을 챙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바로 일본의 서비스 시장 진출이다.과거의 FTA가 상품에 대한 관세철폐에 중점을 두었다면,최근의 FTA는 상품 이외에 서비스 시장 개방도 역점을 두고 있다.

가까운 예로 현재 진행중인 일본·필리핀,일본·태국간 FTA 협상에서 필리핀과 태국은 일본에 대해 서비스 시장,특히 인력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필리핀은 간호인력 및 보모,태국은 간호인력 및 안마사 등의 일본 진출 확대를 통해 관세철폐에 따른 불리함을 만회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협상 초기에는 다소 난색을 표명했으나 현재 제한적이나마 인력 수용 확대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러한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는 한·일 협상에서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일본에 진출 가능한 서비스 분야는 대표적으로 건설시장,연안운송,인력이동,정부조달 등을 꼽을 수 있다.현재 진행중인 우리나라 IT 인력의 일본 시장 진출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으며,한·일 FTA를 통해 우리의 우수 인력들이 일본으로 진출할 수 있는 물꼬를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다만 지금까지 상품분야에 비해 서비스 분야에 대한 연구가 소홀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 및 양국 시장 상황에 대한 파악이 부족한 실정인데 지금부터라도 각 분야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일본의 대일 투자 확대를 통한 국내 부품산업의 경쟁력 향상,양국 중소기업 협력사업 확대,공동연구 개발을 통한 기술이전 등 다양한 산업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요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한·일 FTA 협상의 예선전을 거치면서 우리 업계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보다 방어적인 전략 모색에 집중해왔다.그러나 본선을 앞둔 상황에서 방어 전략만으로는 우리가 실익을 얻기 힘들며,보다 적극적으로 의제를 발굴하여 요구하는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2004-09-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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