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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특수? “27일도 빈손”

선거특수? “27일도 빈손”

입력 2004-03-27 00:00
업데이트 200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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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특수는 인력시장에도 없다.17대 총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철만 되면 대목을 누리던 인력시장에는 찬바람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인력시장 관계자들은 “과거 총선 때는 한달 전부터 식당 일이나 피케팅 등 선거관련 일용직 일거리가 남아돌았지만,이번 총선에서는 사정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금권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 선거범죄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인상으로 출마 예정자나 각 지구당도 잔뜩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위험부담이 높은 인력시장을 통한 구인보다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검증된 인맥 중심으로 인력 동원의 형태가 바뀌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직업소개소,“16대 때 하루 50명 이상 동원,지금은 옛말”

“‘선거 때라 좋은 날’은 다 갔어요.일자리 없어 허탕치고 가는 아줌마들 봐요.” 지난 25일 오전 9시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근처 S취업센터.좁다란 골목 사이 20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40,50대 여성 6명이 연탄난로를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13년째 이 취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설모(53·여)씨는 “선거 때만 되면 지구당 사무실에서 피켓을 들거나 거리 인사에 동원될 아주머니를 구하는 전화 받기에 바빴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전화가 딱 끊겼다.”고 말했다.

5년 전부터 인력시장에 나왔다는 주부 방모(45)씨는 “5만원씩 일당을 받고 봉고차를 대절해 모셔갈 때가 있었지만 이젠 ‘옛날얘기’”라고 했다.

노원구 상계동 K직업소개소도 사정은 비슷했다.소장 박모(56·여)씨는 “2000년 총선 때는 일자리가 넘쳐 하루 50명 이상이 선거판에 동원됐다.”면서 “정당마다 4∼5명씩 조를 짜서 지하철역부터 약수터까지 안 다니는 곳이 없었지만 지금은 부르는 곳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경기 불황까지 겹쳐 최근 이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찾아가는 사람이 통틀어 하루 30∼40명에 불과하다.

지구당,“검증된 사람만 쓴다”

2000년 총선 당시 경기 광명에서 모 후보의 선거운동본부장을 맡았던 A씨는 “마음 먹고 행사 한번 치를 때 400∼500명씩 동원했는데,이 가운데 50% 정도를 인력시장에서 끌어왔고,큰 행사가 없어도 하루 20명 안팎을 인력시장에 의존했다.”면서 “특히 연설회 한번에 인력시장에 뿌린 돈이 1000만원 이상이었으나,이번 선거부터는 이같은 불필요한 지출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구당에서는 인맥을 통한 검증된 선거운동원만 몰래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수도권에서 16대에 이어 두 번째 모 정당의 선거운동을 맡고 있는 장모(53)씨는 “선거범죄 신고 포상금을 노린 사람도 있을 수 있어,이번 총선에서는 인력시장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면서 “총선에서는 고정 선거운동원을 100명 정도 활용하는데,이번에는 규모보다는 철저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모 정당의 서울 용산지구당 관계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이 어디 있겠냐.”면서 “인사치레로 밥 한끼 대접한 일이라도 신고를 당하면 큰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 김영복 지도계장은 “포상금제도나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등으로 종전 선거 때 보였던 대규모 인력동원 등의 부정행위는 많이 없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까지는 각 지구당이 ‘진성당원’ 중심의 ‘소수정예 선거전’을 벌이고 있지만,선거후반으로 갈수록 부정사례가 많이지는 만큼 감시체계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영규 서재희기자 whoami@seoul.co.kr˝
2004-03-27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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