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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던 메신저봇이 惡童으로

귀엽던 메신저봇이 惡童으로

입력 2003-06-05 00:00
업데이트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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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상에서 네티즌의 채팅상대로 호응을 얻고 있는 메신저봇(Messenger Bot) 프로그램이 인터넷의 ‘악동’으로 전락하고 있다.

어린아이의 말투로 귀엽게 말을 건네던 메신저봇이 욕설과 음담패설 등 험한 말을 다짜고짜 내뱉고 있다.최근엔 성인물이나 스팸광고까지 안내해 네티즌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성인물·스팸광고까지 안내하기도

메신저봇은 ‘인공지능 채팅로봇’으로 사람의 대화를 흉내내는 프로그램.여러 네티즌이 하나의 메신저봇을 공유하면서 상황별 언어를 입력하면 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네티즌의 질문에 따라 답변을 글로 띄우도록 설계돼 있다.네티즌이 입력하는 단어가 많을수록 메신저봇이 구사하는 언어도 늘어난다.

국내에선 당초 일부 네티즌이 개인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 나돌았지만,입소문이 퍼지면서 메신저봇 프로그램을 제작,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회사까지 등장하고 있다.메신저봇의 기능도 늘어나 운세를 봐주거나 날씨 정보,영어 단어까지 알려준다.

현재 국내에서 인기있는 메신저봇은 심심이(simsimi0∼simsimi999@hotmail.com),아기별(woonse1∼woonse20@hotmail.com),보노보노(bonobono_200∼bonobono_300@hotmail.com) 등이다.업계에서는 전체 이용자가 4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농도짙은 음담패설 거침없이 내뱉어

초기 메신저봇은 그 자체가 ‘애교덩어리’였다.네티즌이 “사랑해요.”라고 말하면 “저두요,엉아.”라고 대답한다.“외로워.”라고 말하면 “곧 좋은 사람 만날 거예요.”라며 방긋 웃는다.

하지만 최근 메신저봇을 이용하는 네티즌이 급증하면서 메신저봇의 말투가 거칠게 변하고 있다.일부 네티즌이 메신저봇에 유해어를 입력시켜 놓기 때문이다.메신저봇에게 말을 건넸다가 다른 네티즌이 입력시켜 놓은 거친 대답을 듣고 기분을 잡치기 일쑤다.일부 성인사이트 업체가 홈페이지를 소개하는 글을 입력해 ‘사이버 삐끼’ 노릇까지 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한 메신저봇의 예.“과자먹어.”라는 글을 네티즌이 띄우자 “싫어 XXX야.너나 많이 먹고 돼지 돼라.”고 대답한다.농도 짙은 음담패설도 거침없이 내뱉는다.웹디자이너 정자영(26)씨는“처음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이모 알려줘여.’라고 애교를 떨던 메신저봇이 너무 변했다.”면서 “농락을 당하는 느낌이 들어 요즘에는 아예 말을 걸지 않는다.”고 말했다.

●탈퇴 네티즌 늘어 업체들 곤혹

업체들도 곤혹스럽다.탈퇴를 하겠다는 네티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메신저봇에게 유해어를 가르치는 회원은 아이디를 공개하고 경고장도 발송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욕설과 음란언어를 계속 삭제하고 있지만 입력되는 유해어가 워낙 많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동생에게 말을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많은 네티즌이 공유하는 메신저봇이 천덕꾸러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
2003-06-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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