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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자유를 위한 변명

[특별기고] 자유를 위한 변명

성유보 기자
입력 1999-05-15 00:00
업데이트 1999-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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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종교집단의 MBC난입을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난 12일 밤 MBC PD수첩 ‘이단파문! 이재록 목사! 목자님,우리 목자님’을 시청했으리라 생각된다.바로 이 프로그램 때문에 전날밤 MBC는 한 종교집단 신도들에 의해 방송중이던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기 때문이다.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았기에….필자도 이프로그램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프로를 본 사람들의 느낌이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필자의 소감은 “한국 종교계의 ‘이단’ 논쟁이 더 이상 종교계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라는것이었다.

일찍이 영국의 존 밀턴은 17세기에 이미 ‘아레오 파지티카’라는 책에서“만일 그가 다른 근거 없이,단지 그의 목사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믿는다고 한다면,비록 그런 믿음이 사실이라 할지라도,그가 믿고 있는 진리 그것은 단지 이단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맹목적 믿음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이 맹목적 믿음의 위험성에 대해,또 광신적 종교가 자칫 ‘하느님’ 또는‘신(神)’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사제(司祭)를 신처럼 받드는 위험성에 대해 ‘PD수첩’은 고발하고 있었다.

이러한 맹목적 믿음은 왜 위험한가? 멀리서 구할 것도 없이 이번 MBC 난입사건을 일으킨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이 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즉 그들은 이미 그들 신도들의 ‘신’이 되어버린 ‘목자’에 대한 여하한 비난도 용납할 수 없게 되었다.그 비판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게되었다.법도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가 던져주는 의문은 여러 가지이다.그중 한 가지만 지적하자면,정부당국,특히 경찰과 검찰이 사태 초기에 왜 그렇게 미온적이고 안이했느냐 하는 점이다.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은 과연 집회신고를 했었는가? 또 야간에 1,000여명이넘는 사람들이,그것도 방송국 앞에 몰려들어 아우성치고 있는데도 초기에 20여명의 경찰관만 보낸 이유는 무엇인가? 혹시 검찰이나 경찰에게조차 종교집단은 ‘언터처블’의 ‘성역’이 돼 버린 것은 아닌가? 그러나 이번 사태가 지금 우리 시대에 진실로 던지고 있는 명제는 자유와자율과책임의 상호관계라 할 것이다.MBC PD수첩이 국민의 알 권리에 의거해서 만민중앙교회의 ‘이단파문’을 취재보도할 언론자유를 가지고 있다면,상대방 신도들이 집회나 시위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자유 또한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그들이 아무리 ‘이단’ 혐의를 받고 있다 할지라도 그들에게서 항의와 항변의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으니까.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이 설사 집회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MBC 앞에서 항의시위만 했다면 그들의 ‘말할 자유’는 가능한 한 보장되어 마땅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MBC가 ‘말할 자유’를 폭력으로 짓밟았다.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말할 자유’를 향유한 것이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한 것이다.한국사회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가장 많이피를 흘린 이 5월에 일어난 MBC사태는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우리가 그 자유를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도전적 질문을 던지고있다.‘자유란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물리적으로 짓밟을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정치권력이나 정부당국,또는 우리의 언론이 이 사태를 계기로 하여 합법적이고도 평화적이며,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집회나 시위조차 집단이기주의나 사회혼란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유를 위한 변명’,이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것이다.

成 裕 普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1999-05-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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