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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헬기 맴돌다 곤두박질/UH60기 참사

불붙은 헬기 맴돌다 곤두박질/UH60기 참사

입력 1994-03-04 00:00
업데이트 199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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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꼭대기에 “꽝”… 두동강/기체파편 2백m 흩어져/화염속 시신 등 뒤엉켜 참혹

충격적인 대참사였다.

지난해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공군등 군관계자들은 3일 3군의 한기둥인 조근해공군참모총장 부부등 6명의 생명을 졸지에 앗아간 이번 참사에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추락순간◁

사고헬기는 이날 하오 2시36분쯤 용인군 외사면 백암리 야산 상공을 지날 무렵 꼬리부분에서 검은색 연기를 뿜으면서 심하게 기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산에서 사고 순간을 목격한 김병섭씨(65)는 『나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르르」하는 소리가 나 놀라 하늘을 쳐다보니 집채만한 시뻘건 불덩이가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면서 『사고헬기가 떨어진뒤 「꽝」소리가 들리고 2∼3초뒤 시커면 연기기둥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용인군 외사면사무소직원 장봉재씨(36)는 『사무실에 있다가 「꽝」하는 굉음이 들려 창밖을 내다보니 5백m앞 야산쪽 상공에서 헬기가 두동강이 난채 화염에 휩싸여 추락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불붙은 헬기의 화염이 근처 잡목에 옮아붙으면서 파편도 1백m정도 튀었으나 부근의 가옥이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헬기가 두동강이 난 상태에서 화염에 싸여 추락했다는 일부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측은 『추락한뒤 폭발했다』며 공중폭발을 부인했다.

▷현장◁

사고현장은 여기저기 흩어진 헬기잔해와 불길에 그을은 잡목들이 쓰러져 있는 등 참혹한 모습이었다.조총장 부부 등 사망자들은 추락당시의 충격과 불길로 심하게 훼손돼 있었으며 사체수습에 나선 구조대원들은 불길에 달궈진 헬기몸체가 식기를 기다렸다가 수습에 나섰다.

헬기잔해가 산등성이에서 2백여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는 등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부서졌으며 잔해마다 불길에 그을린채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헬기에서 발생한 화재는 주변 잡목에 옮아붙었으나 반경 10m가량만을 태우고 때마침 내린 진눈깨비로 곧바로 꺼졌으며 추락한 헬기는 뒤집혀져 있어 구조작업에 나선 군인들이 이를 바로 잡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인근마을 이남영씨(30·여)집마당에서는 조총장의 부인 조인화씨의 것으로 보이는 두루마기와 한복이 들어있는 가방이 떨어졌으며 이 동네 여러 집에 헬기의 파편으로 보이는 쇠조각등이 흩어져 떨어져 내렸다.

추락현장은 해발80m정도의 구릉으로 소나무와 잡목이 울창해 주민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수습◁

사고를 목격한 마을주민 10여명은 헬기가 추락하는 것을 목격하고 삽과 곡괭이를 들고 구조작업을 위해 현장으로 뛰어 올라갔다.

주민들이 현장에 도착했을때 헬기추락으로 발생한 불길이 강풍을 타고 번진데다 상오부터 끼어있던 안개등으로 접근이 어려워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주변 잡목들을 제거하는 작업만을 벌이며 발을 굴렀다.

이어 하오3시쯤 연락을 받고 백암리에서 출동한 소방차 3대가 현장에 도착,본격적인 구조에 나섰으나 이미 헬기는 완전히 타버렸고 헬기안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3구를 꺼냈다.

현장에는 인근 백암 의용소방대원 10명이 가장 먼저 도착해 3구의 시체를 수습했다.

또 주민들은 인근 용인지서와 용인경찰서등에 전화로 사고소식을 알렸다.

사고수습에 나선 공군대책반은 조총장의 부인등 3명의 시신은 비교적 온전했으나 조총장등 나머지 3명의 사체는 추락당시의 충격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여서 수습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책◁

공군사고수습대책위(위원장 최동환공군참모차장)는 조근해총장등 6명의 유해를 서울 강서구 등촌동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옮겨 안치했다.

대책위는 또 이날밤 계룡대 기지체육관과 서울 동작구 대방동 공군복지근무지원단에 분향소를 긴급 설치했다.<용인=박해옥·윤상돈·손남원기자>

◎공중폭발 가능성 조사

UH­60헬리콥터의 추락사고를 수사중인 공군은 3일 사고조사반을 경기도 용인군 외사면 현장에 급파,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공군은 이날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이 『조총장일행을 태운 사고헬기가 꼬리부분에서 검은색 연기를 뿜으며 지그재그식으로 하강하다 야산중턱에 부딪친뒤 두동강났다』고 진술함에 따라 일단 엔진등 기체결함에 의한 사고일 것으로 보고 수사를 펴고 있다.

공군은 그러나 또다른 주민들이 『헬기가 폭음을 내면서 파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한 점을 중시,공중폭발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밀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조근해총장 누구인가/공사9기 선두주자… 비행경력 3천시간

공군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조근해공군참모총장은 공군의 주요보직을 두루 거친 정통 「빨간 마후라」 전투기조종사.

공사 9기 선두주자로 지난해 5월 이양호현합참의장의 후임으로 공참총장에 임명된 조총장은 61년 공군 소위로 임관한뒤 전투비행단장과 교육사령관,작전사령관,국방부 정보본부장등 요직을 역임했다.

조총장은 한때 한국공군의 주력전투기였던 F15등 3천여시간의 비행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장군이 돼서도 수시로 전투기 조종간을 잡기도 했다.

그는 조종사를 거친뒤 작전분야의 보직을 대부분 역임,공군 제일의 작전통으로 일찍이 총장감이라는 평을 들어왔었다.

조총장은 그동안 공군의 전술및 전투기법 개발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북 영양출신에 경북고를 졸업한 정통 TK출신의 조총장이 새정부들어 총장에 임명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이같은 실력이 인정됐기 때문이었다.

그는 상하간의 신망이 두터워 일찍부터 평소 부하들의 어려운 일을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는 자상한 면이 있는 반면 업무상의 실수는 용납지 않을 만큼 공과 사를 엄격히 구별해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

독실한 카톨릭신자로 테니스등 운동에도 프로급이었던 조총장은 이날 함께 숨진 조인화여사(48)사이에 독일에 유학중인 외동딸 은주씨(25)를 두고 있으며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노모 남준숙씨(86)가 살고 있다.<황성기기자>
1994-03-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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