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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주부,좋은 나라(사설)

현명한 주부,좋은 나라(사설)

입력 1991-10-30 00:00
업데이트 1991-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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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의 손은 요술쟁이 같다.보잘것 없는 막대기 하나라도 어머니 손에서는 기능적인 부지깽이가 되고,다 떨어진 헌옷가지로도 아기나들이 옷이 생겨난다.닳아버린 달창이 놋숟가락일지라도 우유빛이 나게 닦아서 누룽지를 긁는데 없으면 안될 도구를 만든다.성한 것은 챙겨두었다가 가족을 위해 쓰고 자신을 위해서는 버리기 직전것만 쓴다.

서울신문이 공모한 소비절약 수기에 응모했던 많은 주부들의 글에는 그런 「어머니들」의 체험이 많이 담겨 있었다.친척들이 안입는 옷,안쓰는 가구를 가져다 손질해서 생활하고,몽당연필조차 함부로 버리지 않으며 가전제품의 뒷손질은 가족들이 스스로 해서 10년씩 「가주처럼」더불어 살고 있었다.

허영과 사치스런 생활이 파멸을 부르기 직전 처럼 보이는,분수없는 여성들이 우리사회에는 많이 있다.그들의 행태가 우리를 너무 비관스럽게 만들어 왔다.그런 우리에게 알뜰생활의 경험을 수기로 써서 응모한 많은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위로를 주었다.

특히 이들 수기에 나타난 주부의 지혜들이 대견하고소중한 것은,그들이 단순한 「자린고비」가 아니라는 점이다.절약으로 한두푼의 돈을 아껴 재화를 모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더구나 그 절약을 강요하기 위해 가족을 불행하게 닦달하는 것이 아니었다.

절약을 통해 자녀에게 절제를 가르치고,어른들 스스로는 절도의 생활로 인격적 품위를 도야하는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되었다.

이웃에서 나눠받는 만큼 다른 이웃을 위해 나눠주고 나눠쓰는 기풍을 실행해오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다.교사 공무원부인 군인 아파트주부등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적 세포들인 그들의 그 건강한 실상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집안이 어려울때 현처를 고대한다.주부 한사람이 현명하면 한 가정이 능히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가락동의 한 아파트주부를 비롯,몇몇 아파트의 주부들이 중심이 되어 「쓰레기경영」을 지혜롭게 하는 일도 보도된 바가 있다.재생품을 거둬다가 장학기금도 만들고 아파트 공동관리비도 비축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일이 소중한 것은,그것으로 얻어진 돈의 값어치만이 아니다.쓰레기를 줄여 미화원의 일을 덜고 도시의 오염을 축소하며 공해를 줄인다는 점이 더 큰 소득이다.이런 현명한 주부는 한 가정을 복되게 하고,또 이런 현명한 주부들이 모여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신한다.

29일은 저축의 날이다.이날을 맞아 재무부와 한국은행이 밝힌바에 의하면 도시가구중 저축하는 가구의 비율이 떨어지고 있고 가구당 평균 저축비율도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저축은 그 자체로 개인에게 축적을 이뤄주면서 국민경제적으로는 투자재원을 충족시키는 효과를 낸다.

현명한 주부들의 알뜰한 규모생활은,미시적으로는 가정의 풍요를 위한 것이면서 거시적으로는 국가의 기간사업을 튼튼히 하는데 공헌한다.슬기로운 주부들의 미덕이 국민전체에 번질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들의 노력과 공에 박수를 보낸다.
1991-10-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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