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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폭력” 판치는 미 프로레슬링 안방 침투

“반칙·폭력” 판치는 미 프로레슬링 안방 침투

박홍기 기자
입력 1990-12-04 00:00
업데이트 1990-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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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정서 날로 멍든다/“잔인한 장면 본뜰라” 학부모들 우려/복제 비디오·영화까지 나돌아

주한미군 TV방송(AFKN­TV)이 방영하고 있는 미국의 성인용 프로레슬링 경기가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이들의 정서를 크게 해치고 있다.

매주 토요일 하오3시의 「레슬링의 슈퍼스타들」 등 이들 프로레슬링 프로그램은 그 장면이 지나치게 잔인하고 반칙투성이로 진행되는데다 초중고교생들은 물론 미취학 어린이들까지 마구 시청하고 있어 교육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경기는 얼굴에 울긋불긋 험상궂은 색칠을 하거나 가면을 쓰고 제멋대로 생긴 바지나 팬티 등을 입은 선수들이 나와 걸핏하면 각목이나 쇠줄 등을 마구 휘두르며 반칙을 일삼아 마치 정신병자처럼 이상한 몸짓으로 괴성을 질러대기 일쑤이다.

그러나 한때 청소년들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끌던 국내 프로레슬링 경기가 TV에서 사라진뒤 AFKN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프로레슬링 경기를 방영하자 그 폐해를 생각할 겨를 없이 앞을 다투어 이를 시청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프로레슬링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국내업자들 사이에서는 경기장면 필름을 수입해 영화관에서 다시 상영하는가 하면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어 파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청소년들은 여기서 더나아가 「프로레슬링의 세계」 「헐크호건의 모든것」 등 각종 레슬링에 관한 수입잡지를 찾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외국에 사는 친지들에게 부탁해 잡지나 테이프를 구해 보기까지 하고 있다.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흥미위주의 쇼에 치우치다 보니 룰도 무시하고 갈수록 잔인해지는 외국의 저질 스포츠문화가 청소년 층에 침투,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외면하도록 하고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염려하고 있다. 미국의 프로레슬링이 청소년 사이에 크게 인기를 모은 것은 대체로 지난 7월부터로 서울 L예술극장에서 상영된 프로레슬링 선수 헐크호건의 경기장면을 담은 영화에 1만여명의 청소년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내 B프로그램사와 S비디오사 등 2개사는 그동안 「WWF 세계프로레슬링 시리즈」로 「헬크메니아」 「슈퍼스타게임」 등 12편의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어 시판해 짭짭한 재미를 보고 있다.

서울 성동구 구의동 H비디오가게 주인 김모씨(33)는 『지난 7월부터 프로레슬링 테이프가 나오기 시작한 이래 국민학생과 중학생들이 5∼6명씩 빌려가고 있다』면서 『테이프 가운데는 잔인한 장면 등도 있으나 공연윤리 심의위에서 「연소자 관람가」로 판정받았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빌려주는데 별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YMCA 사회개발부 이승정씨(33·여)는 『레슬링 선수들의 옷차림이나 몸짓,배경음악 등 모든것이 스포츠가 아닌 단지 흥미위주의 쇼』라고 지적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저질 외국 스포츠쇼 문화」에 쉽게 빠져들고 있어 문제가 여간 심각한게 아니다』라고 말했다.<박홍기기자>
1990-12-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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