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1999년… 인류 종말은 오는가

입력 : ㅣ 수정 :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 ‘1900,90의 9년,일곱번째 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니, 앙골모와 대왕은 부활하리라. 마르스가 성공리에 다스리기 전에.’

16세기 노스트라다무스가 그의 유명한 예언서인 ‘제세기’에 써놓은 4행시이다.그의 예언 이후로 세상은 알게 모르게 “1999년 8월에 인류의 종말이 온다”라는 지구 종말론에 광범위하게 감염돼 있었나 보다.혹세무민(惑世誣民)된 거다.그런 탓인지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의 해인 올해 1999년은 전세계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특히 기독교의 밀레니엄(Millennium)과 맞물려서기이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밀레니엄은 예수가 재림하여 다스리는 새로운 천년이라는 기독교 용어인데,2000년을 앞두고 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탓이다.

프랑스에서는 세기말 불안에 편승하여 점성술이 인기를 끌고,이스라엘의예루살렘에는 예수의 재림을 보겠다며 종말론자들이 몰리고 있다.이른바 ‘예루살렘신드롬’으로 이스라엘 정부는 종말론자들 중 일부가 집단자살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고 한다.95년 지하철 독가스사건을 일으킨 이후 급속히 위축됐던 일본의 옴진리교도 새로이 교세를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경찰은 흑인 예수의 재림을 믿는 미국의‘데이비드의 집’이라는 단체가 영국의 미들랜드 지방으로 원정와 신도를 물색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긴장하기도 했다.최근엔 천문학자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그랜드 크로스’현상이 나타나지 않음을 밝히기도 했다.노스트라다무스는 예언서에서올 8월18일께 태양계의 행성들이 거대한 십자가(그랜드 크로스)모양으로 배열될 것이며 이것이 종말의 상징이라고 말했었다.

이같은 ‘종말론 신드롬’은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아니다.지난 92년 다미선교회를 중심으로 종말론 소동을 치른 우리는 지난해 8월에 영생교회 목사와 신도들의 집단자살소식을 접했다.당시 영생교회의 우종진 목사는 신도들에게 99년 8월 8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는 시한부 종말론을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종교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최근엔 IMF상황과 맞물려 희망을 잃은 지친 영혼들이 종말론을 주장하는 40∼50여개의 사이비 종교단체에 빠져들고있다고 한다.지난해 소행성의 지구와의 충돌을 소재로한 영화 ‘아마겟돈’‘딥임팩트’의 상영도 1999년을 앞둔 사람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구의 종말은 과연 올 것인가?온다면 그 시기가 언제일까? 지난 수백년 동안 종말론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예언가들의 몫이었다.또한 사이비 종교가 교세확장을 위해 불안과 공포를 악용하기도 했지만,대체적으로 각 종교의 경전에도 나와있다.서양에서는 노스트라다무스가 그 대표적인예언가고,동양에는 노스트라다무스와 동시대 인물인 송나라의 소강절과 조선시대의 남사고 등이 있다.

불가사의한 문명을 이룬 고대 마야인들은 인류 파멸의 날이 제5태양의 시대에 있다고 보고 그 날은 2012년 12월23일로 봤다.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통로에 새겨진 미래력을 계산해보면 통로가 끝나는 지점이 2000년 5월 5일이다.즉 그날이 인류가 종말을 맞이하는 날이라고 내다봤다.기독교에서는 예수가 재림과 함께 심판의 날이 오며,불교에서는 부처사후 2천500년 뒤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학자들이 확률을 가지고 인류의 멸망의 원인 및 시기에 접근하고 있다.1980년대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우주학자 브랜던 카터는 수학적·확률적으로 ‘가까운 시일’에 인류종말이 다가왔음을 경고했다.과학기술의 진보가 인구폭발과,핵전쟁의 위험,환경오염을 초래했기 때문이다.영국의 겔프대학 철학교수 존 레슬리도 ‘충격 대예측 세계의 종말’이라는책으로 종말론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핵전쟁 세균전이나 화학전을들고 있다.또한 오존층의 파괴로 암환자가 급증하고 나무와 풀·플랑크톤이죽음으로써 먹이사슬을 파괴한다.온실효과로 인하여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지구는 금성과 같은 고열지옥으로 변한다는 것 등이다.

그리고 질병이 있다.중세 유럽 인구의 30%를 몰살시킨 페스트처럼 치명적인 질병이 창궐할 수 있다.현대의 흑사병이라고 하는 에이즈나,아프리카 자이르에서 발발한 에볼라 바이러스,매년 300만명을 희생시키는 항생제에 저항하는 결핵균들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밖에도 유전공학으로 만들어진 유기체가 무한하게 번식해가면서 다른 생물을 질식시킨다는 그린 스컴(Green Scum)으로 인한 재앙,2000년 인식 오류로 인한 Y2K문제,화산분출과 지진,소행성과 혜성의 충돌 등이 변수로 있다.화학비료와 살충제에 의존하는 현대 농업도 멸망의 길을 재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학자들의 지적은 각종 재해나 질병이 인류가 손 쓸 수 없는 자연재앙일수도 있지만,대체적으로는 무한히 팽창하는 인간의 욕망이 자초한 재앙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한다.

단전호흡이나 기수련 등을 통해 우주의 문제에 접근하는 사람들은 “종말이 오지는 않는다.그러나 자연이 자정작용의 하나로 화산폭발·지진·기후이상으로 인한 재해 등은 수년간 계속 될 것이다”고 내다보고 있다.

인류의 종말은 멀지 않은 시점에 올 수도 있고,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중요한 것은 17세기 스피노자가 말한 대로 “내일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오늘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자세일 것이다. (문소영 기자 symun@daehanmaeil.com)”
1999-01-01 17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