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세기말 증후군 사이비종교 다시 꿈틀

입력 : ㅣ 수정 :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 “새로운 밀레니엄도,2002년 한일공동 월드컵도 없다.왜냐하면 2000년 안에 반드시 휴거(지구종말)가 도래하므로…”

지난 92년은 온 나라가 10월 28일 휴거 소동에 휩싸였었다.다미선교회가지구종말론을 내세워 집중 포교를 했었기 때문이다.기독교 신자이든 아니든,휴거를 믿든 그렇지 않든간에 10월 28일과 영적세계는 전 국민 누구에게나관심거리였다.

그러나 휴거는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그후 다미선교회의 이장림회장이 휴거를 빌미로 신도들에게 재산상의 피해를 끼친 죄로 구속수감되면서 휴거론은 급속히 쇠락했다.특히 이회장은 93년2월 휴거불발에 대해 공개 사과한 뒤 칩거,세인들의 관심에서도 사라져 갔다.

종교문제 전문가들은 휴거에 대한 관심보다 사이비종교의 폐해에 더 많은관심을 기울였다.아가동산의 교도 암매장사건,영생교주 조희성씨 구속,국제종교문제연구소 소장인 탁명환씨 피살사건등도 그후에 터져나온 사건이었다.이들 사이비종교집단의 반(反)사회적인 행동은 국민들로 하여금 사교집단의폐해가 얼마나 큰 가를 일깨워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그 이후 사이비종교집단은 떳떳하게 자신들을 드러내 보이지 못하고 수면밑에서 숨죽이며 지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던 차에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추석연휴에 사이비 종교로 여겨지는 영생교회 우종진목사 등 7명의 집단자살사건은 우리를 6년전의 악몽으로 되돌리기에 충분했다.IMF이후 사이비종교가 창궐할 것이란 종교문제 전문가들의 우려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어서 충격을 주었다.사이비종교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우리주변엔 사이비종교가 깊숙이 침투해 있다.그 만큼 폐해사례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사람들이 사이비종교에 빠져드는 이유는 여러가지다.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사회적 환경이 사이비 종교의 번창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에 전문가들은 공통적인 의견들을 보이고 있다.

국제종교문제연구소 탁지원소장은 “사이비종교집단에 의한 피해는 늘상있어왔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더 나빠질 전망”이라며 “IMF체제의 영향으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은 좀더 편안한 세상 즉, 천당과 극락같은 내세를 염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각박한 현재의 상황에서 미련이나 기대가 사라지면서 내세를 꿈꾸게 된다는 설명이다.

사이비 종교집단에 의한 피해사례는 세기말 증후군과 경제적 여건에 따라더욱 늘어나고 있다.문화관광부의 ‘종교 신문고’와 종교연구잡지인 ‘현대종교’에 피해사례가 속속들이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IMF이후 신고접수건수도 이전보다 40%가량 늘어났다.

국영기업에 다니는 30대 초반의 평범한 직장인 이모씨는 “아내가 A증인회에 나가기 시작한 지난 3년간은 악몽과도 같았다”며 치를 떨었다.이씨의 아내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그러던 아내가 교회에 나가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하루가 멀다하고 교회에 몰입하는 아내가 이상하게 생각되기도했지만 이씨는 신앙생활이라 판단하며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그러던 아내가 몇달간 집을 비우고 가출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씨의 집안은 점점 회오리에 휘말리기 시작했다.이씨의 아내는 아이들 양육도 뒷전이었다.부부관계도 철저히 거부했다.그런 아내에게 “교회만 나가고 당신 요즈음 무슨 일 있느냐”며 다그쳐 물었을 때 이미 이씨의 아내는 옛날의 평범한가정주부가 아니었다.

이씨의 아내는 “지구의 종말이 가까이 오고 있다.21세기가 시작되기 전에 지구는 멸망한다.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가진재산과 모든 소유물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씨와 그의 아내는 별거중에 있다.이씨의 아내는 여전히 교회활동에 적극적이다.그런 아내가 다시 옛날의 아내로 돌아올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이씨는 “글쎄요? 희망사항입니다.이젠 설득하기도 지쳤어요.스스로 깨닫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며 허한 웃음만 보였다.

지난 92년 10월 28일 휴거를 외쳤던 다미선교회의 신도들은 아직도 휴거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언제든지 휴거를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릴 소지가 있는 것이다.

현대종교 편집부장인 심우영씨는 “이들 중 80%는 아직도 마음속으로 휴거를 믿으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며 “옛날과는 달리 세상에 드러나게 활동을 하기보다는 내부의 조직다지기에 전념하면서 기성종교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심편집부장은 이들은 또한 금전문제에 대해서도 그 처리방법이 한층 세련돼 졌다고 밝혔다.예전에는 100만원을 100명에게 모았다면,지금은 1000명에게 받아내는 식이다.서로에게 부담을 줄이면서 실속을 챙겨내는 수법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시한부종말론에 대해서도 여전히 자신들이 옳았다고 주장한다.다미선교회의 간부였던 김옥순씨(43 여)는 “준비된 신부(혹은 신도)는 휴거의날을 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김씨는 현재 대전 S교회에서 종말론을 주장하며 스스로를 ‘왕’으로 지칭하고 있다.지난 93년 자신의 아들인 송모군이 받았다는 하나님의 친필계시를 앞세워 휴거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이 교회의 신도들은 예수님이 직접 써 주었다는 ‘신세계증인증’을비닐 코팅해 갖고 다니는가 하면 김씨에게 휴거점수를 잘 받으려 정성예물을수시로 바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 96년 말을 잘 안듣는다는 핑계로 신도 김모씨를 안찰기도를한다며 폭행한 협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서울 연남동의 K휴거교회 역시 과거다미선교회의 후예들이 만든 교회이다.이들은 “특정한 날짜는 모르지만 2000년 안에 휴거가 온다”라며 “우리들은 그때까지 휴거에 대비하는 활동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구의 S선교회는 내부적으로 휴거를 준비하는 다미선교회나 K휴거교회와는 달리 달리 외부 포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이들은 종말과 휴거를소개하는 책자를 발행,시한부 종말론을 외치는 교회뿐 아니라 기성교회에까지 전파하고 있다.

교주 조희성씨를 구세주로 믿는 ‘영생교 하나님의 성회 승리제단’측은최근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신들의 교리와 교주 조씨의 업적을 자랑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이들은 “교주인 조씨가 구속되면서 우리나라에 환란이 왔다”고 주장한다.승리제단은 지난 8월초 교주 조씨가 문민정부의 선별적인 종교탄압정책의 ‘희생자’라며 중앙일간지에 석방탄원서를내기도 했다.

이밖에 민족종교 계열의 D종교 역시 무리한 포교방식과 헌금 강요등으로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종교전문가들은 사이비종교의 특징을 크게 세가지로 보고 있다.사이비 종교인들은 대부분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한다.그것도 종말이 금세기 안에 오기때문에 종교에만 전념해야 하며 정상적인 가정과 사회생활은 따라서 아무소용없다는 교육이 뛰따른다.또한 교주는 자신을 우상화·신격화함으로써 자신을 믿는 것만이 유일한 영생의 길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다 이들 사이비종교집단은 자신들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그릇된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윤리적으로 사회적인 기준에 어긋나는 한이 있어도 개의치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종교연구가들은 현재 국내에는 100여개가 넘는 이단 및 사이비종교집단이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잘 드러나지 않는 소규모의 집단까지 포함한다면 그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들의 활동에는 기성종교계와 정부의 잘못도 큰 몫으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이다.

탁지원씨는 “기성종교계가 외형적인 세확장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신도들 개인에게는 관심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침례교 신학대학 정동섭 교수(교회사)도 “정부는 사회안녕과 가정의 평화를 파괴하는 사교이단집단을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법적장치를 빨리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1998-10-16 12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