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길섶에서] 전철지교/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 2015-08-31
“아이고, 이렇게 귀한 것을.” “작은 성의입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이른 아침 지하철 객실 안 훈훈한 인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그마한 난() 한 분을 정성스럽게 건네고 받는 두 노인. 경로석에 앉은 60대 후반과 70대 후반 노인의 공손한 대화가 예사롭지 않다. 늘 같은 객실, 같은 좌석에 …
[길섶에서] 약방의 감초/구본영 논설고문 l 2015-08-29
며칠 사이 스마트폰 알림음 소리가 조용해졌다. 알고 보니 친목 모임의 총무 격인 친구가 몸이 많이 아프단다. 모임 공지 사항은 물론이고 시정의 시시콜콜한 얘깃거리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해 주던 그였다. 한창 일하느라 바쁠 때, 심지어 잠잘 때에도 울리는 알림음이 성가시게 느껴…
[길섶에서] 평정심/최광숙 논설위원 l 2015-08-28
올해 중국 공산당 원로들이 줄줄이 타계했다는데 백세를 앞에 둔 이가 있다고 한다. 마오쩌둥 중국 공산당 전 주석의 비서를 지낸 리루이(李銳·99세)다. 그가 건강 비결로 꼽은 것 중의 하나가 평정심(平靜心)이라고 한다. 스트레스가 많은 복잡한 세상이다 보니 그의 장수 비법이 가슴에 다가온다. …
[길섶에서] 애주가의 변명/이동구 논설위원 l 2015-08-27
술보다 술자리의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면 믿어줄까. 학창시절 선배들이 풀어놓는 문학 언저리와 설익은 인생철학에 솔깃할 때에도 술이 있었다.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는 청마(靑馬) 유치환의 시를 읊어대던 선배…
[길섶에서] 기억과 추억 사이/주병철 논설위원 l 2015-08-26
태풍이 올 때면 으레 장마가 동반된다. 장마는 이래저래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예측과 달리 장마는 규칙적이지 않다. 지역마다 들쭉날쭉하다. 시간대도 다르다. 기상청이 곤혹스러워할 만하다. 비가 내리면 밖을 쳐다본다. 쏟아지는 비의 강도와 양을 보고 느끼는 게 있다. 상쾌함과 불편함이다. 땡볕…
[길섶에서] ‘맛집’ 유감/최광숙 논설위원 l 2015-08-25
얼마 전 방송에서 ‘맛집’으로 소개된 막국수집을 찾았다. 이 집은 기계로 메밀국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옛날 전통 방식으로 국수를 나무로 만든 분틀에서 뽑아내 가마솥에서 삶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여기에 주인장이 손수 담갔다는 동치미 국물까지 환상적이란다. 그런데 웬걸, 먹어 보니 이 맛…
[길섶에서] 게으른 음악/서동철 수석논설위원 l 2015-08-24
찻집이나 자동차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에 누군가 “무슨 작품이더라” 하고 궁금증을 표시할 때가 있다. 가끔 아는 척을 하면 ‘그런 걸 다 아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러면 ‘ 막걸리 좋아하는 사람은 서양 클래식 음악 좀 들으면 안 되냐’ 하고는 웃는다. 학창 시절 들은 것을 밑천으…
[길섶에서] 형제간의 우애/최광숙 논설위원 l 2015-08-22
영화 ‘대부 2’에서 대부 마이클은 친형 프레도가 배신했다는 이유로 그를 죽인다. 혈육까지 내친 비정한 동생 마이클이건만 어머니를 배려하는 작은 양심은 있었다. 형의 배신을 알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형을 건들지 않았던 것이다. 부모는 자식들이 우애 있게 지내길 바라지만 형제들의…
[길섶에서] 행복지수/오일만 논설위원 l 2015-08-21
모든 사람은 행복을 원하지만 많은 사람이 불행하다는 생각에 갇혀 산다. 행복 자체가 심리적이고 주관적인 데다 늘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경향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연구에 매달리면서도 딱 부러진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일치된…
[길섶에서] 건들 팔월/황수정 논설위원 l 2015-08-20
이맘때 풀 냄새가 좋다. 공원 길을 돌다 걸음이 멎는다. 여름내 온갖 잡풀들이 제 마음대로 활개친 통에 잔디밭은 숫제 풀밭이다. 삐죽빼죽 우북한 풀밭이 매끈한 잔디밭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이다. 벌집이라도 잘못 건드릴까 풀 깎는 이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작업복을 뒤집어썼다. 중무장에 땀 흘리는 …
[길섶에서] 수제 막걸리/최광숙 논설위원 l 2015-08-19
식탁에 생선이 오르면 비릿하다고, 파전이 오면 너무 기름지다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그냥 지나갈 수 없다고,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맨 정신으로는 살 수 없다고…. 이런저런 이유로 ‘술맛’을 다시는 남편을 당해 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에는 늘 막걸리가 있다. 어느 날 택시를 탔는데 …
[길섶에서] 걷기와 달리기 사이/주병철 논설위원 l 2015-08-18
좀 드물기는 하지만 아침에 눈을 일찍 뜨는 날은 가까운 공원으로 향한다. 하늘이 채 밝지 않은 시간대인데도 벌써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숫자는 분 단위로 불어난다. 왁자지껄한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아침의 활기찬 현장이다. 이…
[길섶에서] 새로 생긴 핑계/이동구 논설위원 l 2015-08-17
지인들과의 전화 통화는 대개 3분을 넘기지 못한다. 특히 고향 친구들과의 통화는 “잘 지냈어, 휴가는, 가족들은 잘 지내시지…” 식으로 정형화된 느낌마저 든다. 대부분의 통화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조만간 한번 만나자~”는 말로 끝을 맺는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짧은 통화만으로도 서로…
[길섶에서] 이상한 반가움/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 l 2015-08-15
“○○○야, 반갑다.” 외마디 소리에 얹혀 등판에 ‘찰싹’ 떨어지는 불 같은 손바닥. 전철 개찰구를 들어서는 순간의 날벼락이다. “죄송해요, 고향 친구인 줄 알았어요.” 허리를 연신 굽히며 어쩔 줄 모르는 중년 아주머니. 뭔가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에 한마디를 던지려니 어물쩍 등을 돌리고 사…
[길섶에서] 아버지의 자식 배려/박홍환 논설위원 l 2015-08-14
여든을 훌쩍 넘기신 아버지는 요즘도 손수 운전을 한다. 낚시를 즐겨 다니는데 아무래도 차가 없으면 불편하다면서 몇 해 전부터 만류하고 있는 어머니와 자식들의 걱정을 뿌리쳤다. 얼마 전에는 아예 적재함까지 달린 RV 차량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어머니나 자식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어쩌…
[길섶에서] 아빠 자랑/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 2015-08-13
‘제1회 아빠 자랑대회’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플래카드가 신선하고 고맙다. ‘우리 아빠 기를 살려주세요’ 플래카드 속 선동적인 문구. 누구의 발상일까. 나 같은 아빠의 아이디어일까, 아니면 세태 파악에 발 빠른 장삿속일까. 아무튼, 이 세상엔 기죽고, 고개 숙인 아빠들이 많긴 많은가 보…
[길섶에서] 표정의 사회학/구본영 논설고문 l 2015-08-12
지인들이 보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속에서 다채로운 이모티콘을 접한다. 코믹하거나 밝은 이미지의 이모티콘을 보면 심드렁했던 기분도 덩달아 얼마간 환해진다. 하긴 사이버 공간을 떠나 일상생활에서 짓는 실제 표정은 주변 사람들에게 더 큰 감염 효과를 일으키는 것 같다. 최근 미…
[길섶에서] 조카 사랑/최광숙 논설위원 l 2015-08-11
큰외삼촌은 올해 팔순이시다. 지난해 두 차례나 병원 신세를 졌다는데 무심한 이 조카는 최근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회복해 운전을 직접 할 정도가 됐다. 외삼촌을 뵈면 지금도 지갑을 여신다. 장성한 조카가 밥 한 끼 대접하려고 모시면 미리 밥값을 계산해 놓으신다. 조카의…
[길섶에서] 진짜 애국자/서동철 수석논설위원 l 2015-08-10
얼마 전 울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올 때의 이야기이다. 자리에 앉고 나니 아기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아빠는 통로를 오가며 아기를 달래고 있었다. 아기는 아빠가 움직일 때만 조용했다. 잠든 듯해서 자리에 앉으면 아기는 이내 울어대는 것이었다. 이들은 부산에서 탔을 것이다.…
[길섶에서] 태극기의 의미/이동구 논설위원 l 2015-08-08
청계천 배오개다리에 내걸릴 초대형 시민태극기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민 100여명이 광복 70년을 기념해 이틀 동안 손바느질로 완성한 가로 21m, 세로 14m의 태극기다. 찜통이 돼 버린 8월의 서울광장에서 수백 조각의 흰 천을 한 땀 한 땀 이어 붙인 정성이 예사롭지 않다. 민족대표 33인이 탑골공원…
[길섶에서] 두고 온 민들레/황수정 논설위원 l 2015-08-07
바닷가 양지바른 둔덕에 민들레가 지천이다. 나부죽이 엎드려 너풀너풀 해풍을 탄다. 얼마나 오래 사람 손을 타지 않았던지 이파리가 여간 실팍하지 않다. 바닷가 땅에 농약 한 점 스쳤을 리 없고. 호젓한 휴가지에서 하마터면 소리칠 뻔했다. “심봤다!” 몸에 좋다는 야생 민들레는 귀하신 몸이다.…
[길섶에서] 들어만 줘도/최광숙 논설위원 l 2015-08-06
친하게 지내는 인사가 송사에 휘말린 적이 있다. 가까운 이와의 불화로 그는 오랫동안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은 “재판에서 져도 좋다”고 했다. 자신의 사정을 후련하게 다 털어놓을 수 있도록 시간을 내주고, 또 성의 있게 들어준 판사가 고맙다고 했다. 판사가 …
[길섶에서] 나잇값/이동구 논설위원 l 2015-08-05
“이 나이에 아무것도 해 놓은 것이 없네.” 언제부턴가 자주 입 밖으로 내놓는 말이다. 주변에서도 자주 듣는다. 50대가 되면서 느끼는 상실감 때문이라 여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되돌아보니 무엇 하나 가진 것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잇값을 못 했다는 자조 섞…
[길섶에서] 입맛/김성수 논설위원 l 2015-08-04
나이 들면서 입맛도 바뀐다는 말을 실감한다. 어려서는 입에도 못 대던 음식을 이젠 잘도 찾아 먹는다. 못 먹던 생김치는 술을 배우면서부터 익혔다. 생김치와 굴, 삶은 돼지고기를 함께 싸서 먹는 보쌈 안주의 기막힌 맛을 알고부터다. 결혼 전 부모님과 살 때는 나물은 생일이나 명절 등 특별한 날…
[길섶에서] 선비의 피서법/손성진 논설실장 l 2015-08-03
폭염이 인내심을 시험하는 요즘이다. 선조들은 더위를 어떻게 견뎌 냈을까.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여름용품은 합죽선이나 죽부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시나 삼베로 지은 적삼 안에 입어 땀이 차지 않게 하는 등거리라는 물건은 참 기발하다. 등나무로 엮은 조끼로 옷이 몸에 달라붙지 않게 해 준다. …
[길섶에서] 마음 말리기/황수정 논설위원 l 2015-08-01
장마에 젖어 있던 7월이 갔다. 물먹어 늘어졌던 사물들도 햇볕과 함께 제자리를 찾았다. 여름이 버거운 까닭은 따로 있다. 염천의 화기(火氣) 때문만이 아니라, 오도 가도 않고 어정쩡한 장마의 시간 탓이기도 하다. 사람 일이든 자연 이치든 같다. 중심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것에 기운을 단속하기란 어…
[길섶에서] 종이통장의 추억/신융아 기자 l 2015-07-31
종이통장은 1897년 고종 34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은행인 한성은행이 설립되면서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뱅킹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지만 종이통장을 없애자는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2007년 신한은행은 부자 고객을 위한 ‘고급’ 세로형 통장을 내놓기도 했다. 종…
[길섶에서] 잠 깨우는 스승/최광숙 논설위원 l 2015-07-30
중학교 때 영어 시간에 깜빡 졸았던 일이 새삼 생각이 났다. 최근 인사혁신처장이 신임 사무관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시간 내내 엎드려 잔 교육생을 찾아내라는 지시가 논란이 일면서다. 당시 선생님은 졸고 있는 나를 지목해 영어책을 소리 내어 읽게 했다. 그때 선생님들은 잠자는 아이들을 향해 분필…
[길섶에서] 휴가철 단상/구본영 논설고문 l 2015-07-29
시나브로 다가온 휴가철이 벌써 피크에 이른 건가. 지난 주말 모처럼 나들이에 나섰다가 북새통 같은 교통 체증을 겪었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솔직히 형편이 돼 해외 나들이를 하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를 고려해 요즘 국내 휴가를 권장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러나…
[길섶에서] 인왕산/손성진 논설실장 l 2015-07-28
인왕산 하면 떠오르는 것은 호랑이와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일 것이다. 인왕산에 호랑이가 살았다는 기록을 남긴 사서(史書)는 한둘이 아니다. 조선 태종실록에는 호랑이가 경복궁 근정전 뜰에 들어왔다고 기록돼 있다. 인왕은 높이가 338m밖에 안 되지만 산세가 제법 웅장하고 계곡이 깊어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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